바다 거북이 플라스틱 쓰레기 먹는 까닭은 냄새 탓

입력 2020-03-10 00:01  

바다 거북이 플라스틱 쓰레기 먹는 까닭은 냄새 탓
바닷물서 달라붙은 미생물·조류 냄새 먹이 착각 유발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거북이 바다로 흘러든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착각해 먹는 것은 이에 달라붙는 미생물과 조류(藻類)에서 나는 냄새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에 거북이 좋아할 만한 먹이 냄새가 배는 데는 일주일이면 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플힐 노스캘롤라이나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생물학과 케네스 로흐만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붉은바다거북 연구 프로젝트'(CRP) 소속 조 팔러 박사와 공동 연구를 통해 바다 거북이 플라스틱을 먹게 되는 과정을 규명한 결과를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에 발표했다.
붉은바다거북은 소화기 계통이 플라스틱 쓰레기 조각으로 완전히 막히거나 부분적으로 막힌 채 발견되는 일이 다반사며, 플라스틱을 먹고 잘못돼 해변으로 밀려올라오는 바다 거북도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태평양과 대서양, 지중해 등에서 어망 등에 걸려 죽은 7종의 바다 거북 102마리를 부검한 결과, 내장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포함해 5㎜ 미만의 합성물 조각이 예외 없이 모두에게서 발견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바다 거북의 먹이활동 습성을 이해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거북의 실제 먹이와 바닷물에 담가뒀던 플라스틱, 깨끗한 플라스틱과 물 등에서 나는 냄새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거북들은 깨끗한 플라스틱과 물에서 나는 냄새에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실제 먹이와 바닷물에 절은 플라스틱에 대해서는 먹이활동 행동을 보였다.
여기에는 코를 물 밖으로 자주 내밀며 먹이 냄새의 원천을 찾거나 다른 탐색 활동을 늘리는 등의 전형적인 먹이활동 행동이 포함돼 있다.
연구팀은 어린 거북은 수면 가까이서 먹이활동을 해 바다에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면서 깊은 곳에서 생활하는 나이 든 거북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해 먹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로흐만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해양 플라스틱에 배는 냄새가 동물들에게 먹이로 착각하게 만들어 먹게 한다는 점을 처음으로 보여줬다"고 의미를 평가했다.
연구팀은 태평양에 플라스틱 쓰레기 부유물이 모여 거대한 섬 처럼 된 곳이 여러 곳 있는데, 거북을 비롯한 해양 생물들이 이 해역에서 나는 냄새에 끌려 먹이가 풍부한 곳으로 알고 모여들 우려가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일단 바다로 유입되면 이를 제거하거나 먹이 같은 냄새가 나지 않도록 예방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지 않도록 원천 차단하는 것이라고 강조 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으로 플라스틱 쓰레기의 철저한 재활용과 함께 바닷가 여행 때 쓰레기 되가져 오기, 작은 음료수 용기 대신 큰 용기 사용하기, 재사용이 가능하거나 종이로 된 백 사용하기 등을 제시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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