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대통령, 브뤼셀 방문…EU·나토 지도부와 회동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시리아 내전과 난민 수용에서 EU의 추가적인 지원을 요구했지만, EU는 그리스 국경에 몰려든 난민 문제부터 해결하라고 맞섰다.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을 찾아 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지도부와 시리아, 난민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번 만남은 터키가 최근 자국에 유입된 난민 등 이주민의 유럽행을 막지 않겠다고 선언, 인접국이자 EU 회원국인 그리스 국경에 이주민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월경을 시도하면서 EU 내에서 난민 위기 재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브뤼셀에서 "시리아로 인해 생겨난 위기는 우리 지역과 유럽 전체까지 위협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터키가 혼자 수행해온 이 싸움에서 우리의 모든 동맹국들이 구체적인 지원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자리를 함께 한 가운데서도 "우리가 요구한 지원이 추가적인 지연 없이 충족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과 이로 인해 자국으로 들어오는 수백만명의 난민 문제에 대처하는 데 있어 서방 국가들이 더 많은 지원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회동에 앞서 "그리스-터키 국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정치적 의도로 EU 외부 국경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면 이 국경에 가해지고 있는 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도 터키에 대한 나토의 지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터키-그리스 국경 상황에 대해서는 "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주, 난민 문제는 공동의 해결책이 필요한 공동의 도전"이라고 말했다.
EU 회원국인 그리스·불가리아와 국경을 맞댄 터키는 내전 중인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의 주요 경유지로 이용되고 있다.
EU는 지난 2016년 난민들이 터키를 거쳐 그리스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터키에 시리아 난민 지원금 60억 유로(약 7조7천억원)를 비롯한 보상책을 제공하고 터키는 이주민의 유럽 유입을 막는 데 협조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터키는 400만명에 달하는 난민을 수용했다.
그러나 터키가 이주민에게 그리스에 접한 국경을 개방해 이 합의가 4년만에 붕괴 위기를 맞자 EU는 이를 유지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동시에 EU 내부에서는 터키의 '협박'에 굴복해 재협상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U는 터키가 의도적으로 난민 위기를 일으켜 협상에서 난민을 지렛대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대표는 지난 6일 "(그리스 국경 상황을) 정상화하라"면서 이것이 협상의 전제조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도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나기에 앞서 터키가 유럽으로 난민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로 한 합의를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역시 기존 합의를 되살리기 위해 제시한 당장의 추가 지원 제안은 없다면서 "우리는 대화를 다시 시작할 것"이며, 향후 며칠, 몇주 내에 상당한 논의가 오갈 것이라고 말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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