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유세 열렬히 원하지만 스케줄 변화 고려돼…주치의도 코로나19 회의 참석
WP "백악관에 우려 엄습…코로나19, 트럼프 4년차 해의 '블랙스완' 될 수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 내에서 급격한 확산세를 보이면서 백악관도 비상이 걸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전혀 우려하지 않는다"며 개의치 않고 유세 일정 등을 그대로 소화해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참석했던 대규모 정치행사인 보수정치 행동 회의(CPAC)에서도 확진자가 나와 워싱턴DC도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백악관 내에서는 유세 계획 재검토 등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만 73세인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이라는 것이 백악관과 당국의 고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침없는 외부 행보'는 고령층을 상대로 비행기에 타거나 사람이 많은 자리에 가지 말라는 미 보건당국의 권고와도 배치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의 확산 추이에 따라 대선 국면에서 대선주자들의 선거 캠페인 자체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모두 70대 후반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CPAC의 사례로 코로나바이러스 발생이 트럼프에게 보다 더 다가왔다. 이는 재선 가도에 놓인 그의 일상을 뒤집어 놓을 조짐이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CPAC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면서 우려와 불확실성이 백악관을 엄습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CPAC 행사에서 코로나19 감염자와 직접 접촉한 미국 보수주의 연합(ACU)의 맷 슐랩 의장과 악수하는 장면이 사진에 찍혔다고 WP는 전했다.
슐랩 의장은 감염자와의 '짧은 접촉' 후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그리고 행정부의 여러 고위당국자와 인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행사 도중 주기적으로 세정제를 사용해 손을 씻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악수를 전후로 해 어떠한 증상도 없었다고 말했다고 WP가 보도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확진자 1명 외에 추가 감염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언급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감염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았으며 어떠한 증상도 없다는 설명에도 불구, 이번 '위기일발'의 상황은 재선 선거운동 국면에서 코로나19가 트럼프 대통령의 일상을 어떻게 뒤집어놓을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행정부 인사들은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코로나19가 트럼프 대통령의 4년 차 해를 집어삼킬 '블랙 스완'이 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랙 스완은 검은색 백조를 발견하는 일처럼 전혀 일어날 것 같지 않던 사건이 발생해 커다란 충격을 주는 경우를 뜻한다.
행정부의 최고위 보건 당국자들이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군중이나 대형 행사는 피할 것을 미국 국민에게 권고하는 가운데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일정을 계속 소화하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 웨스트 팜비치에서 골프를 치며 시간을 보낸 지난 주말에도 백악관 상황실에서는 최고위 당국자들이 모인 가운데 코로나19 일일 브리핑 및 대응 전략 논의를 위한 회의를 가졌다고 한다.
행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WP에 주말 사이 500명을 넘은 코로나 발병 사례가 10일쯤이 되면 두 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른 이들은 발병 급증으로 행정부의 대응 역량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망자 수가 늘면서 고연령층인 대통령의 개인 건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실제 대통령 주치의인 숀 콘리는 요즘 코로나19 관련 일부 백악관 회의에 참석, 새로운 발병 사례들을 추적하고 있다고 한 당국자가 WP에 전했다.
이에 더해 백악관 내부 청소도 평소보다 잦은 주기로 이뤄지고 있으며 독감과 같은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은 경내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할 정도이다.
보건 당국이 노년층에게 비행기 탑승을 재고하고 대규모 군중을 피하라고 경고한 이후로 트럼프 대통령의 출장 스케줄에 대한 변화도 고려되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현재 공개된 유세 계획이 잡힌 게 없는데, 예정된 유세 계획이 없는 것은 올해 들어 처음 있는 일이라고 WP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많은 집회에 참석하기를 열렬히 바라고 있으며 코로나19 관련 소속이 뉴스를 잠식하는 데 대해 좌절감을 표해왔다고 한다.
실제 코로나19 감염자의 참석 가능성 등으로 인해 다른 여러 콘퍼런스나 행사들이 취소된 상태라고 WP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위기를 인정하기를 꺼리며 집회 개최를 압박함에 따라 행정부 인사들은 대규모 집회를 열어도 되는지를 놓고 대중에게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보내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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