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리에베르만 전 국방장관과 협력키로…아랍계 정당에도 '구애'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 총선이 치러진 뒤 우파 지도자 베냐민 네타냐후(70) 총리의 연임을 저지하려는 야당들의 연대 움직임이 활발하다.
네타냐후 총리의 라이벌인 중도파 베니 간츠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 대표는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중부도시 라마트간에서 극우 정당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의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대표를 만나 연립정부 구성을 논의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이 보도했다.
간츠 대표는 이날 리에베르만 대표와 회동에 대해 "우리는 이스라엘에서 정치적 교착 상태를 끝내고 4번째 선거를 피하게 하는 연립정부 구성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에베르만도 "4번째 선거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연정 구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지난 1년 사이 총선이 세 차례나 치러졌다. 작년 4월과 9월 총선 이후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면서 지난 2일 총선이 또 실시됐다.
전 국방부 장관인 리에베르만이 이끄는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은 이번 총선에서 7석을 확보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앞서 리에베르만은 지난 8일 연정의 합류 조건으로 초정통파 유대교 신자의 징집 법안 통과 등 5가지를 제시했고 간츠 대표는 이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리에베르만은 작년 총선에서는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대표의 통합정부를 촉구하며 중립을 지켰지만 이번에는 간츠 대표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간츠 대표는 아랍계 정당들에도 손을 내밀었다.
그는 이날 아랍계 정당들의 연합인 '조인트리스트'를 향해 "유대인들과 아랍인들에게 봉사하는 정부를 꾸리겠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간츠 대표는 10일 아랍계 정당의 지도자들을 만나 연정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인트리스트는 이번 총선에서 15석으로 3위를 기록했다.
아랍계 정당들은 작년 9월 총선에서는 간츠 대표를 지지했지만, 올해 2월에는 간츠 대표가 이스라엘에 편향된 미국의 중동평화구상을 찬성한다는 이유로 그를 비판했었다.
간츠 대표가 이번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면서 양측이 다시 협력할 길이 열린 것이다.
간츠 대표가 리에베르만에 이어 아랍계 정당들의 지지까지 얻으면 네타냐후 총리의 연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조만간 정당 대표들과 협의를 거쳐 연정 구성 가능성이 높은 당 대표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연정 구성권을 줄 예정이다.
간츠 대표가 이끄는 청백당은 총선에서 33석에 그쳐 리쿠드당(36석)에 3석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간츠 대표가 의회에서 과반 의석(61석)의 지지를 확보할 경우 네타냐후 총리를 제치고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명될 수 있다.
작년 9월 총선에서도 리쿠드당이 2위를 했음에도 네타냐후 총리에게 먼저 연정 구성권이 부여됐다.
간츠 대표가 과반 의석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청백당이 이스라엘 베이테누당, 아랍계 정당, 중도좌파 정당들과 모두 힘을 합치면 최대 62석을 얻을 수 있다.
다만, 그동안 대립해온 극우 정당 이스라엘 베이테누당과 아랍계 정당들이 화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또 간츠 대표가 아랍계 정당들과 연정을 추진할 경우 청백당에서 이탈하는 의원이 나올 것으로 이스라엘 언론은 내다봤다.
위기에 처한 네타냐후 총리는 재임 기간이 14년이나 되는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수 총리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총리를 지냈고,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른 뒤 계속 집권해왔다.
그는 작년 11월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고 오는 17일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법률팀은 9일 검찰로부터 사건에 대한 자료를 모두 받지 못했다며 재판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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