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문가 "팬데믹 공포에 국내외 증시 변동성 불가피"

입력 2020-03-10 14:25   수정 2020-03-10 14:25

증시전문가 "팬데믹 공포에 국내외 증시 변동성 불가피"
"코스피 평가가치, 금융위기 때보다 낮아…추가 하락 가능성 크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김기훈 황재하 곽민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공포 등으로 국내외 주가가 폭락하자 10일 증시 전문가들은 증시가 당분간 관련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큰 폭으로 오르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다만 코스피의 평가가치(밸류에이션)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낮아진 점 등을 고려하면 코스피가 1,900 밑으로 지속해서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들은 또 금융시장 변동성이 국내외 기업의 신용 경색 및 부도 위험으로 번지는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코스피는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79배까지 하락, 세계 금융위기 당시 수준(0.8배)을 이미 밑돈 상황이다.
미국·유럽의 코로나19 확산이 아직 진정되지 않았고 기업이익 추정치가 추가 하향될 가능성이 커서 증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 1,900~2,050 박스권 등락을 예상하며, 1,900선 초반에서는 저점 매수가 가능하다고 본다.
미국 증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기준으로 약 19% 조정을 받았다. S&P500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5.5배까지 하락했다. 양적 완화 및 긴급재정 조치 이전까지는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단기적으로 S&P500 지수가 2,700을 밑돌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S&P500 지수 2,800 이하는 밸류에이션과 투자심리 측면에서 과매도 국면이라고 판단한다. 가격조정 이후 국면에서 대응이 중요하다. 미국 주가지수 상장지수펀드(ETF) 중심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는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유동성 압박이 완화되면 상반기 경기 둔화 이후 하반기에 탄력적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기업 신용경색 우려가 현실화하면 경제가 침체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자금시장 흐름을 관찰해야 할 시점이다.

◇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코로나19 팬데믹 우려와 국제유가 급락 등으로 국내 증시가 높은 변동성을 지속하고 있다. 당분간 코스피는 1,950~2,150 사이에서 비교적 큰 폭으로 등락하는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코스피가 2,000 아래에서는 하방 경직성이 있고 저가매수세 유입 가능성이 매우 커서 매수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에는 변화가 없다.
현재 ▲ 세계적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세 ▲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위험선호 성향 위축 ▲ 세계적 중장기 경기침체 진입 우려 등은 리스크 요인인 데 비해 ▲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 대응 ▲ 미국 주식 밸류에이션의 역사적 평균 이하 하락 등은 기회 요인이다.
이런 요인을 고려하는 가운데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헬스케어 등 고부가가치 성장주 중심 전략을 유지하면서 시장의 높은 변동성에 대해 방어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
현재 시장은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공포와 정책 대응에 대한 기대감이 혼재돼 있다. 두 요인 중 어느 쪽으로 힘이 쏠리느냐에 따라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높은 변동성을 띨 전망이다.
다만 그간 주가 급락으로 미국 증시 등의 가격 부담이 많이 완화돼 급락세는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보면서 최근 가격 조정을 비중 확대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현재 정책 대응은 대규모 재정정책이 아니라 통화정책에 의존적이므로 스타일 관점에서 성장주가 가치주보다 나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IT, 소프트웨어·서비스, 신재생·청정에너지 등 그간 증시를 주도한 업종을 계속 선호한다.
지역별로는 중국 선호 의견을 유지한다. 중국 증시의 가격 부담이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덜했던 데다가 코로나19 상황이 현저히 통제되면서 불확실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시장의 방향은 유럽·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세가 진정될지, 또 국제적 정책 공조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뤄질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거시적인 우려를 상쇄할 수준의 정책이 나올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장 기대만큼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지 등에 달렸다.
미국 주요 주가지수는 폭락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와 급여세 인하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이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선물과 나스닥지수 선물 시세가 상승했다. 앞으로 이런 조치들이 나오면 시장도 안정을 찾을 것이다.
다만 당분간 흔들리는 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영향을 반영한 실물경기 지표들이 계속 나올 텐데, 시장도 그에 따라 반응할 것이다. 지금 변동성이 워낙 커서 코스피 등락 범위(밴드) 예상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
주가 조정의 시작은 코로나19이지만, 세계 증시의 과열 부담이 쌓여 있던 데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증산 소식이 미국 셰일오일·가스 업종 등 신용 위험성이 큰 기업들의 파산 위험으로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이 경색됐다.
각국 당국의 정책 대응이 더딘 것도 금융시장 불안 심리를 지속시키는 요인이다. 연준이 긴급 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시장에서 통화정책의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시장에 안도감을 줄 수 있는 정책의 부재가 세계적 주가 급락의 배경이다.
이미 시장은 경기침체의 현실화 가능성을 일부 반영하고 있다. 각국의 정책 대응이 시작되고 있어 혼란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작지만, 당분간 세계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
한국 주식시장은 이미 12개월 후행 PBR이 0.8배를 밑돌고 있다. 이 수치가 0.8배 밑으로 떨어진 때는 세계 금융위기, 미중 무역분쟁 시기뿐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증시는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현재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여타 기업의 신용위험으로 확산하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jh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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