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환시장서 외화 매각 시작"…루블화 폭락세 일단 진정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합의 실패로 국제 금융 시장의 충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 중앙은행이 환율 방어를 위한 조치에 나섰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10일(모스크바 현지시간) 국내 외환 시장에서 선제적 외화 매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은행은 "이번 조치가 국제원유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서 통화당국의 예측성 향상과 금융시장의 변동성 완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미 '세계여성의 날' 연휴인 전날 비상대책으로 국내 외환시장에서 향후 30일 동안 외화 매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중앙은행은 예산 정책 차원에서 재무부의 의뢰로 유가가 일정 기준 이상을 넘을 경우 그에 따른 추가 소득분의 달러를 매입하고 유가가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달러를 매각하는 조치를 취해 왔다.
러시아의 2020년도 예산에는 기본 시나리오로 배럴당 42.4달러(러시아 우랄산 원유 가격)의 유가가 책정돼 있다.
러시아 금융 당국의 선제적 조치로 루블화는 이날 추가적 하락세를 보이지는 않았다.
모스크바증권거래소(외환 시장 포함) 개장 초기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은 72.60루블, 유로 대비 루블화 환율은 82.72루블을 기록했다.
지난 6일 전장 종가 환율은 달러 대비 68.57루블, 유로 대비 77.51루블이었다.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실패 충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9일 오전 국제외환시장(Forex)에서 러시아 통화 루블화의 달러 대비 환율은 73.47루블, 유로 대비 환율은 83.77루블까지 치솟았었다.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이 73루블을 넘은 건 2016년 3월 이후 처음이며, 유로 대비 루블화 환율이 83루블을 넘은 것도 2016년 2월 이후 처음이다.
루블화 환율은 한때 달러당 75루블, 유로당 85루블을 넘어서기도 했다.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휴일인 이날 이례적으로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부 장관, 엘비라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 등과 비상 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충격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러시아 정부와 전문가들은 현재 러시아 경제가 2008년이나 2014년 경제 위기 때보다 외부 충격에 훨씬 잘 준비돼 있다고 진단한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면 러시아 통화 환율은 달러 대비 77루블, 배럴당 35달러일 경우 달러 대비 75루블 수준이 적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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