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안 심의 하원 회의 참석해 연설…"헌법재판소 승인 필요" 단서
하원 의원들도 푸틴 재출마에 찬성…개헌안 하원 2차 심의 통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4년 종료되는 4기 집권 이후에도 다시 대통령에 입후보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개헌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하원(국가두마)의 개헌안 2차 독회(심의)에 참석해 연설하며 "하원 의원인 발렌티나 테레슈코바가 앞서 내놓은 제안 가운데 하나는 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시민의 (입후보) 제한을 없애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원칙적으로 그러한 방안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테레슈코바 의원이 제안한 '푸틴 대통령 기존 임기 소멸론'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세계 최초 여성 우주인이자 러시아 여당 '통합러시아당' 소속 의원인 테레슈코바는 앞서 이날 개헌안 심의에서 "대통령 임기 제한을 (아예) 없애든지 개헌안에 현직 대통령도 다른 후보들과 함께 입후보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을 넣자"고 제안했다.
그는 개헌안에 포함될 '대통령 임기 2회 제한' 조항이 이미 대통령직을 역임했거나 현재 대통령직에 있는 사람이 다시 대통령에 입후보하는 것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이같이 제안했다.
개헌이 되면 대통령의 권한이 바뀌기 때문에 개헌 이전의 대통령직 수행 횟수는 개헌과 함께 모두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푸틴 대통령의 경우 이미 4기째 집권을 이어가고 있지만 개헌이 되고 나서 2024년 대선 때는 기존 임기가 계산되지 않은 '순수한' 후보로 대권에 다시 도전할 수 있게 하자는 의미다.
이렇게 해서 푸틴이 다시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하면 그의 임기는 '제로' 상태에서 다시 계산되게 된다.
푸틴 대통령은 다만 "이 같은 개헌은 헌법재판소가 헌법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공식 판결을 내릴 때만 가능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그동안 크렘린궁의 '의중'을 반영하는 판결들을 해왔음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2024년 푸틴 대통령이 다시 입후보하는 것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 2000~2008년 4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연임한 푸틴은 헌법의 3연임 금지 조항에 밀려 총리로 물러났다가 2012년 임기가 6년으로 늘어난 대통령직에 복귀했으며 뒤이어 2018년 재선돼 4기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푸틴은 또 이날 연설에서 권력교체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대통령의 임기를 2회로 제한해야 한다면서 임기 제한을 아예 없애는 방안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개헌안이 받아들여지면 푸틴은 2024년 대선 때부터 6년 임기의 대통령직에 두 차례 더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게 된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푸틴은 3연임 금지 조항에 걸려 2024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푸틴은 또 개헌에 뒤이어 오는 9월에 조기 총선을 실시하자는 일부 의원들의 주장에는 반대 견해를 표시했다.
한편 하원 의원들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출마를 허용하자는 테레슈코바 의원의 제안을 찬성 380표, 반대 43표, 기권 1표로 채택하고, 개헌안에 이 내용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해당 제안에는 공산당 의원들만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상원의장도 이날 푸틴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출마 허용 방안을 지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야권 운동가들은 오는 21일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재출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집권 집단을 위한 헌법 개정은 용납될 수 없다"면서 "20년 이상 권력이 바뀌지 않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앞서 지난 1월 중순 연례 국정연설에서 전격적으로 개헌을 제안했으며, 이후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개헌준비 실무그룹이 마련한 개헌안은 이날 하원 2차 심의를 통과했다.
하원 의원 382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44명이 기권했으며, 반대표는 나오지 않았다.
개헌안에는 대통령 임기 제한(두차례만 가능), 상·하원을 포함한 의회 권한 강화, 국제협정에 대한 국내법 우위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개헌안은 11일 하원 3차 심의와 상원 승인 절차 등을 거쳐 오는 4월 22일 국민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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