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서 쓸 건데"…인니 韓봉제업계, 방호복 220만장 납품

입력 2020-03-11 10:31   수정 2020-03-11 10:47

"조국에서 쓸 건데"…인니 韓봉제업계, 방호복 220만장 납품
한국 질병관리본부 계약사 하청…7차례 전세기로 긴급 수송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 자바섬 반둥의 한인 봉제공장 ING 인터내셔널.



38명씩 긴급 편성된 10개 라인 작업자들은 10일(현지시간) 늦은 밤까지 불을 켜고 쉴새 없이 재봉틀을 돌려 두꺼운 흰색 원단으로 방호복을 생산했다.
이 업체 엄정호 사장은 연합뉴스 특파원과 인터뷰에서 "내 고향이 대구다. 친·인척들이 다 대구에 있다"며 "위기에 처한 조국, 대한민국이 100% 사용할 방호복이기에 최선을 다해 좋은 제품으로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엄 사장은 "봉제공장을 한 지 15년째인데, 이렇게 급히 주문받아 물량을 생산해보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이 업체를 포함해 서자바주 드폭과 수카부미, 치비농, 보고르의 한인 봉제업체 6곳은 지난달부터 다음 달 초까지 방호복 총 220만장을 생산해 한국 질병관리본부에 납품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한국을 위해 재인도네시아 한인 봉제업체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엄 사장 공장에서 하루에 생산하는 방호복만 해도 2만5천장이며, 나머지 업체들도 기존에 작업하던 라인 몇 개씩을 방호복 생산 라인으로 긴급 편성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방호복의 한인 업체 생산을 총괄하는 김재열 대경(DaeKyung) 인도네시아 사장은 "질병관리본부가 충남 논산의 유피씨라는 업체와 방호복 납품 계약을 맺었고, 그 하청을 받은 것"이라며 "방호복은 처음 만들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흔쾌히 생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재인도네시아 봉제협의회(KOGA)를 통해 6개 한인 업체와 손잡았다. KOGA에는 280여개 한인 봉제 업체들이 속해 있다.
그는 "평상시라면 기존 계약 물량 때문에 갑자기 공장 라인을 빼 방호복을 생산하기 어려울 텐데,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원단 수급 차질이 빚어져 한인 봉제 업체들 일거리가 줄어든 상황이었다.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방호복 원단을 한국 유피씨에서 공급받아 엑스라지(XL) 한 사이즈로 생산한다"며 "한인 봉제 업체들은 옷 만드는 데 도가 텄기에 방호복도 척척 생산한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에 따르면 최근 대한항공이 인천∼자카르타 노선 운항을 전면 중단한 뒤 원단과 방호복 완제품 수송에 차질이 빚어졌다.
결국 화물기를 빌려 이달 말까지 7차례 전세기를 띄우기로 했다. 운송비가 대폭 늘어나지만, 방호복의 빠른 생산과 공급을 위한 결정이다.
김 사장은 "방호복 220만장은 다음 달 초까지 모두 한국 수송을 마칠 계획"이라며 "인도네시아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기에 방호복의 현지 공급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환자는 이달 1일까지 0명이었으나, 2일 첫 확진자 두 명 발표 후 계속 추가돼 27명이 됐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은 현재까지 한국인 확진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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