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감동준 한국청년 "쓰러진 이 일으켜세우는 게 사람"

입력 2020-03-11 12:30  

중국에 감동준 한국청년 "쓰러진 이 일으켜세우는 게 사람"
항저우서 음식점 운영하는 조덕형씨 선행, 현지 방송국에 소개돼
"경제적 어려움 크지만 한쪽 밀어놔…함께 아름다운 생활 돌아가길"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길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고 해 봐요. 내가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제가 일으켜 세워주면 그 사람은 제게 고맙다고 하겠지요. 이것이 사람과 사람 간의 생활일 거예요."
중국 저장성 항저우(杭州)시에서 식당을 하는 한국 청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자신도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지역 사회를 돕고 나서 중국에서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교민사회에서는 최근 항저우TV가 제작한 한국 청년에 관한 영상이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영상 속 주인공은 저장성 성도 항저우에서 '청석골'이라는 작은 한식당을 운영하는 조덕형(32) 씨.
조씨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일 때 코로나19 방역 업무에 나선 지역사회 관계자들에게 불고기 덮밥, 김밥 같은 음식을 만들어 무료로 제공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업무로 밤낮없이 일하는 이들이 인근에 문을 연 식당이 없어 끼니를 거르면서 일하는 일이 잦다는 얘기를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나선 일이었다.
영상 속에서 지역 주민위원회 직원인 우하이옌 씨는 "(코로나19가) 막 시작이 되었을 때인 춘제 때쯤 우리가 밥을 못 먹고 있는 걸 보더니 (조씨가) 우리에게 밥을 보내준다고 했다"며 고마워했다.
이후 주민위원회는 조씨로부터 또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
지난달 임신 중인 아내를 한국 처가에 데려다주고 다시 항저우로 돌아온 조씨가 적지 않은 마스크를 주민위원회에 기증한 것이다.
하오카이쥔 주민위 부주임은 "(조씨가) '일선에서 고생하는 여러분 고생이 많다'면서 여행용 가방을 하나 끌고 왔는데 그 안에는 마스크가 가득 들어 있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을 하지 못하는 사이 조씨는 아예 지역사회 '일꾼'으로 자원했다.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비접촉식 체온계를 들고 동네를 돌면서 사람들의 체온을 재고, 중국 공무원들과 외국인들과의 의사소통에도 힘을 보탰다.
그의 선행은 지역에서 널리 알려졌고 현지 방송국인 항저우TV가 그의 선행을 조명하는 방송을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항저우TV는 11일 밤 정식으로 조씨의 선행을 담은 영상물을 방영한다.
이 영상 말미에 조씨는 이렇게 말한다.
"이웃이잖아요. 이웃이 아프면 돌봐줘야죠. 힘을 내라고도 하고요. 한국인이 중국을 돕고, 중국인이 한국을 돕습니다."
그의 가게도 지난달 거의 가게 문을 열지 못해 큰 경제적 손실을 봤다. 지금도 매장 영업을 못 하고 배달만 해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조씨는 영상에서 "사실 경제적 손실이 당연히 크지만 그건 한쪽으로 밀어놨다"며 "어려움을 같이 극복하고 아름다운 생활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조씨는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그때 상황에서는 당연히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한 것인데 일이 이렇게까지 커져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실 줄은 몰랐다"며 "배달 영업만 다시 시작한 지금 가게 매출이 평소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앞으로 저를 포함한 모두의 상황이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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