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 유발하는 고혈압, 치료 표적 찾았다"

입력 2020-03-11 14:54  

"비만이 유발하는 고혈압, 치료 표적 찾았다"
세동맥 내피 세포막의 '칼슘 세포 진입' 제어 단백질 손상
미 버지니아 의대 연구진, 미 심장학회 저널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비만은 세계 보건 의료계의 심각한 문제로 부상한 지 오래다.
1975년 이후 비만 환자는 거의 세 배가 됐다. 비만은 특히 심혈관질환, 고혈압, 뇌졸중 등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우리 몸의 혈압을 조절하는 건 세동맥(small arteries)이다.
세동맥(직경 30㎛)은 대동맥에서 퍼져 나온 동맥이 더 가늘어진 걸 말하는데, 굵기가 대동맥의 1천분의 1에 불과하다. 세동맥에서 다시 갈라져 나온 가장 가는 혈관을 미세혈관(직경 8㎛)이라고 한다.
고혈압은 세동맥이 좁아져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가는 혈관이다 보니, 내벽에 중성지방이나 콜레스테롤 같은 이물질이 쌓이면 혈액 흐름에 장애가 생긴다.
하지만 어떤 생리 과정이 개입해, 세동맥 등 혈관 내벽에 이물질이 쌓이는지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다.
마침내 미국 버지니아대 의대 과학자들이 그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비만한 사람은, 혈관의 내피 세포막에서 칼슘의 세포 진입을 제어하는 단백질이 손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압이 정상을 유지하려면 세포 안에 적절한 수위의 칼슘이 필요하다.
이 연구를 수행한 스바프닐 K. 손쿠사레 분자생물학·생물물리학 조교수팀은 관련 논문을, 미국 심장협회가 발행하는 저널 '순환계(Circulation)'에 발표하고, 별도의 논문 개요를 10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했다.



연구팀이 생쥐 모델의 세동맥 내피 세포막에서 발견한 건 TRPV4라는 단백질이다.
비만한 사람은, 세동맥 내피 세포막의 미세한 특정 부위에서 TRPV4 단백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연구팀은 고혈압 외의 다른 심혈관계 질환에도 이 발견이 의미를 갖는다고 보고, TRPV4 단백질이 손상된 부위를 '병든 미세영역(pathological microdomains)'이라고 명명했다.
손쿠사레 교수는 "건강할 땐 이런 미세영역의 TRPV4가 정상적인 혈압 유지를 돕는다"라면서 "TRPV4를 통해 칼슘이 세포 안으로 들어오는 걸 방해하는 일련의 생리 작용을 이번에 최초로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비만은, TRPV4가 발현하는 '미세영역'에서 페록시나이트라이트(peroxynitrite)라는 산화 물질을 생성하는 효소의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록시나이트라이트는 TRPV4의 발현을 막아, 칼슘의 세포 내 진입을 억제했다. 세포 안에 적절한 양의 칼슘이 유지되지 않으면 혈안은 올라간다.
비만한 사람의 혈압을 올리는 물질로 페록시나이트라이트를 지목한 건 이 연구가 처음이다.
일산화질소가 초 과산화물에 반응해 생성되는 페록시나이트라이트는, 주파수가 낮은 전자파에 노출됐을 때 증가하는데 특히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저하에 깊숙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TRPV4를 직접 겨냥하기보다, 페록시나이트라이트 또는 그 생성 효소를 표적으로 삼는 게 비만성 고혈압 치료에 더 효과적일 것으로 믿는다. TRPV4를 바로 건드리면 이런저런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손쿠사레 교수는 "TRPV4는 뇌, 근육, 방광 등 다른 조직에서도 발견된다"라면서 "비만한 사람의 TRPV4기능을 억제하는 데 관여하는 요인을 표적으로 삼는 게 더 좋은 접근법"이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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