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회복에 '찬물'…자동차, 신차출시도 못해 해외판매 위축
항공업계 이미 '셧다운'…트럼프 한국 여행제한 해제 기대감에 주목
(서울=연합뉴스) 업계팀 = 산업계 전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받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으로 앞날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와 공급망 중단, 교역 제한 등의 상황은 악화일로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팬데믹 선언 속에 총 123곳이 한국발 입국을 제한함에 따라 대외교역 비중이 높은 한국 산업계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놓였다.
우선 한국 산업의 중추인 반도체 업계는 업황 회복이 기대됐지만, 글로벌 스마트폰용 제품 중심의 수요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001200] 이승우 연구원은 "코로나19가 글로벌 팬데믹으로 확산하고 있어 주요 제품 개발 및 출시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아이폰9 출시 지연을 예로 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기업은 메모리를 주로 생산하기 때문에 서버용 혹은 스마트폰용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만, 최근 미국 마이크론의 중국 내 공장이 중단되는 등 공급 이슈가 발생하면서 반도체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메모리 반도체 D램 가격은 올해 들어 두 달 연속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 10일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기업들의 원격근무가 확산하면서 서버용 반도체 가격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언택트 확산에 따른 서버 수요 개선이 생각보다 클 것"이라며 "중국 상황도 개선되고 있어 삼성전자[005930] 시안(西安) 공장 램프업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입국 제한이 주요 생산기지로 확산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베트남 정부에 700여명의 엔지니어 입국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아직 협의 중이다. 현지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 공장 인력 투입이 늦어질 경우에는 차기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LG디스플레이[034220]도 일부 지역의 14일 격리 조치가 예외 없이 적용되면서 해외 공장 출장 인력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다만 "중국 광저우(廣州) OLED 공장은 1분기 안에 양산 준비를 마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 역시 비상이다. 지난달엔 국내 판매가 급감해도 해외에서 버텨줬는데 이제는 모두 어려워졌다.
국내 판매는 지난달 전반기에는 조금 부진한 정도였는데 하반기에는 감소율이 30∼40%로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엔 주요 판매처인 미국과 유럽에서도 자동차 구매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당장 신차 발표부터 차질이 생겼다. 제네시스는 새로 내놓는 G80을 다음 달 뉴욕 모터쇼에서 공개할 예정이었는데 모터쇼 행사 자체가 연기됐다. 현대차[005380]는 다음 주 미국에서 아반떼 발표를 계획대로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내에서는 아반떼 출시를 다음 달로 미뤄둔 상태다. 그나마도 G80과 아반떼 모두 신차 발표회를 온라인으로 할 예정이다.
현대차로서는 신차 홍보를 대대적으로 해도 부족한 상황에 초반부터 삐걱거리게 됐다. 특히나 아반떼는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다량 판매되는 모델이고 G80은 제네시스가 고급 브랜드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계기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는 차량이다.
가급적 출장은 제한해서 본사와 해외법인 간에 인력이 오가는 일은 거의 막혔다. 당장은 버틸 수 있지만 장기화할 경우 여러 애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조선 등이 위축되면서 후방산업인 철강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공급과잉, 원재료(철광석) 가격 상승 등으로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전방산업의 침체가 길어지면 철강 수요가 더욱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올해 상반기에는 철광석 가격 상승분을 철강 가격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으나 이마저도 불투명하게 됐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기업별로 적시적소의 비상대책 수립이 필요한 때"라며 "이미 내부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화학업계는 수요 감소에 국제유가 폭락까지 더한 복합 충격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중국과 국내를 중심으로 확산하던 국면과 달리 팬데믹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커졌다"며 "세계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전망이라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LG화학[051910], SK이노베이션[096770] 등 국내 화학사들이 새 먹거리로 '올인'하는 배터리 사업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유럽, 미국, 중국 등을 중심으로 개화하는 전기차 시대에 맞춰 급증하는 배터리 수주 물량을 맞추기 위해 해외 공장 증설에 주력하고 있으나 팬데믹 영향으로 사업 확장에 일부 제동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LG화학은 폴란드 배터리 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고, SK이노베이션도 미국 조지아주에서 공장을 하나 더 신설하고 헝가리 2공장도 증설하기로 한 상태다.
배터리 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입국 제한 등 각국 조치 영향으로 인력 운용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팬데믹 선언으로 이런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
또한 세계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가 감소, 배터리 공급에도 줄줄이 차질이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 운용, 공장 가동에 직접적인 문제가 아직 발생하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기가 침체하고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라 사업 전망에 제동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미 대부분의 하늘길이 끊기며 사실상 '셧다운' 위기에 놓인 항공업계는 WHO의 팬데믹 선언으로 추가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선언이 어느 정도 심리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이미 대부분의 항공사가 국제선 노선을 쉬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큰 영향을 받는 요소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수요 회복이 더디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충격파는 오래 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업계 맏형인 대한항공[003490]은 여객 노선 124개 중 89개 노선을 운휴 조치하는 등 80% 이상의 항공편을 운항 중단해 여객기 145대 중 100여대가 운항하지 못하는 유례 없는 위기 상황에 부닥쳤다.
아시아나항공[020560] 역시 1월 초 75개 노선에서 2월 말 기준 24개 노선으로 항공편 규모가 줄어들었다. 30년 만에 일본 노선을 아예 접은 데 이어 이달 중순부터는 유럽도 독일을 제외하고 운항을 잠정 중단할 예정이다.
한국항공협회는 올해 6월까지 코로나19로 인한 국적 항공사의 매출 피해를 최소 5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막상 해외 여행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여행객 모객이 어렵고 국내 경제 규모가 축소되는 상황이라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된 이후에 소비가 올라올지도 의문"이라며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여행제한 조치를 해제할 가능성을 피력한 것은 항공업계 입장에서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가 13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건설업계는 올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김종국 해외건설협회 대외협력실장은 "통상적으로 해외 건설 수주 실적은 유가와 함께 움직인다"며 "주로 중동 산유국에서 석유화학 플랜트 수주를 많이 하는데, 유가가 낮아지면 장기적으로 발주액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자 지난 8일 모든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해 중동에서 공사 수행은 물론, 신규사업 수주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이제서야…등 떠밀려 팬데믹 선포한 WHO / 연합뉴스 (Yonhapnews)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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