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예고 없었다" 전언…"사전 협의했다"는 트럼프 설명에 반박
벨기에대사 "영국 제외도 이해 안 돼"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하고자 유럽발(發) 입국자를 막는다고 발표하기 전 유럽 측과 사전 조율조차 안 했다고 유럽 외교관들이 밝힌 것으로 로이터통신과 CNN 방송 등이 11일(미국동부 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밤 대국민 연설을 통해 유럽 각국에서 미국으로 여행하는 것을 30일간 막겠다고 발표했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입국 차단 조처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미국의 동맹국들과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접촉했다고 밝혔으나 유럽연합(EU) 관리들은 그 결정에 관해 미국 측으로부터 통보받은 사실이 없다고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고 로이터통신이 익명의 외교관을 인용해 전했다.
EU의 한 외교관은 로이터통신에 "사전에 조그마한 정보공유도 없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것과 달리 사전조율도 없었다"고 말했다.
CNN도 이번 조처의 사전 징후가 전혀 없었다는 유럽 외교관의 반응을 전하면서, 유럽 각국이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DC 주재 벨기에대사는 CNN에 "유럽에서 도착하는 여행자에 대해 무언가(더 강한 여행 경보) 조처가 있을 것이란 건 알았지만 이 정도 과격한 조처일 줄 몰랐다"고 당혹감을 드러내면서 "영국을 제외한 거나 (미국내) 전국적 조처가 미흡한 건 이해가 안 된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 문제에 대해 워싱턴DC 주재 유럽연합 대표부는 11일 밤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유럽 국가에서 미국으로의 여행을 금지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명령은 13일부터 30일간 적용된다.
이와 관련, 워싱턴DC 방문이 예정돼 있던 필 호건 EU 무역위원장의 방미 일정이 취소됐다.
또 유럽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무역화물도 금지대상이 될지에 대해 의문이 싹텄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무역은 (입국 제한) 조처에 의해 어떤 영향도 받지 않게 될 것"이라고 정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이 중국발 입국 제한 조처를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실책을 저질렀다고 비판하고, 유럽에서 오는 여행객이 미국에서 코로나19 발병 '씨앗을 뿌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표에 대해 전직 미 상무부 고위 관료인 윌리엄 라인시는 무역 수송이 가능했음에도 이번 조처는 엄청나게 큰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전직 미국 무역관리 출신인 해리 브로드먼 버클리리서치그룹 사무국장은 그(트럼프의) 결정은 미국과 유럽 간에 서비스 거래에 있어 숨통을 죌 수 있다고 우려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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