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베네수엘라 등 유럽 항공편 중단…온두라스는 한국발 입국 금지
휴교령 확대…선거 유세·스포츠 행사 '스톱'
증시·통화가치 급락세…멕시코, 외환시장 개입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세계 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일 줄을 모르면서 상대적으로 확산 초기 단계인 중남미도 급격한 상황 악화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중남미 곳곳에서 입국 제한과 휴교, 행사 취소가 잇따라 확대됐다.
12일(현지시간) 중남미 각국 보건당국의 발표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지금까지 중남미 16개국(유럽령 지역 제외)에서 26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사망자는 전날 확진과 동시에 사망한 가이아나 여성을 포함해 3명으로 늘었다.
국가별로는 브라질 77명, 칠레 34명, 아르헨티나 31명, 코스타리카와 페루 각각 22명 등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범미보건기구의 감염병 전문가 마르코스 에스피날은 이날 AFP통신에 "중남미 국가들은 의료 대비 체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확진자 1∼2명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남미 대부분의 국가가 지역사회 감염 단계로 가는 기로에 놓여 있어 향후 1∼2주가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하락과 더불어 코로나19 공포심이 계속 중남미 금융시장을 짓누르면서 이날 각국 증시와 통화가치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브라질 증시는 두 차례의 거래 중지에도 폭락세를 막지 못하고 15% 가까이 급락했고, 페루와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증시도 10% 안팎의 낙폭을 보였다. 멕시코 증시는 5% 하락했다.
장 초반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던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낙폭을 다소 회복했다. 브라질 헤알화도 처음으로 달러당 5헤알을 찍었다가 진정세를 보였다.
중남미 각국의 대응 조치는 한층 강화했다.
전날 미국 정부가 유럽 여행객 입국 제한 방침을 발표한 후 중남미 각국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잇따랐다.
볼리비아와 베네수엘라가 유럽을 오가는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고, 아르헨티나도 유럽, 미국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지역과의 항공편을 중단했다.
중남미 최대 항공사인 라탐항공은 국제선 항공편을 30% 감축하기로 했는데 대부분 유럽을 오가는 노선이다.
온두라스는 한국과 유럽, 중국, 이란에서 오는 사람들의 입국을 제한하기로 했다.
온두라스와 볼리비아, 코스타리카 등에는 휴교령도 내려졌다.
멕시코는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와 몬테레이공과대 등 주요 대학이 자체적으로 수업 등 활동을 멈추기로 했다.
대규모 행사에도 금지령이 내려져 오는 5월 대선을 앞둔 볼리비아는 후보들이 잇따라 유세 중단을 선언했고,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도 지지자들에게 주말에 예정된 시위를 취소하라고 당부했다.
멕시코는 이달 말로 예정됐던 최대 여행 박람회 '티앙기스 투리스티코'도 9월로 연기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 남미 지역예선이 미뤄지고 평가전 취소나 무관중 경기도 잇따르는 등 코로나19 기세에 중남미의 축구 열정도 꺾이게 됐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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