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연합 "항공 비전문가의 혁신으로 JAL 흑자 전환"
한진그룹 "항공업 무지 자인"…구조조정 가능성 두고도 논쟁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한진그룹의 명운이 달린 27일 한진칼[180640]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한 한진그룹 측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의 여론전이 점입가경 수준이다.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신경전이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번지는 가운데 양측은 일본항공(JAL)의 회생을 놓고도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고 있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하늘의 일본'으로 불리던 일본항공은 1951년 설립 이후 '반관반민' 형태로 운영되다 1987년 완전 민영화됐다. 하지만 경영진이나 경영 방식은 '관(官)' 체질을 벗지 못했고 경영실적에 관계없이 퇴직자들은 두둑한 연금을 챙겼다.
이처럼 방만한 운영이 이어지며 일본항공의 부채는 2조3천200억엔까지 불어나 자산을 초과한 부채액이 8천700억엔이나 됐고 결국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를 감당하지 못한 채 파산했다.
당시 일본 민주당 정권은 전자·정보기기 업체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명예회장을 구원투수로 투입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구조조정 차원에서 적자 노선을 중심으로 국제선 40%, 국내선 30%를 각각 줄이고 총 4만8천명이었던 인력을 3만2천명으로 대폭 감축했다. 자회사도 절반 가까이 매각했고 인건비를 20%, 퇴직연금을 30% 각각 줄였다.
일본항공의 '공기업 의식'을 깨기 위해 간부들에 대한 리더교육과 함께 교세라에서 해온 '아메바 경영', 즉 기업을 10명 이하의 분권형 소집단(아메바)으로 재편해 집단마다 시간당 채산의 극대화를 목표로 한 것도 유명하다.
2012년부터 연속 흑자를 내기 시작한 일본항공의 회생을 두고 3자 연합은 이나모리 회장의 '아메바 경영'을 극찬하며 이를 대한항공의 경영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지난달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회사를 성장시키는 힘은 의식 개혁과 조직 문화 혁신, 밑으로부터의 혁신"이라며 "일본항공 이나모리 가즈오의 성공이 바로 이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5천억원씩 적자 나던 일본항공을 2조원 흑자로 만든 장본인은 항공 비전문가인 이나모리 회장과 공대 출신 IT 전문가들"이라며 "항공업을 전혀 모르던 분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심으면서 회사를 좋게 만들었던 사례가 가까이에도 있다"고 부연했다.
항공 비전문가라는 지적을 받는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 역시 "경영의 본질은 같다고 생각한다"며 "전문 경영인에게 맡길 것이기 때문에 걱정 없고 오히려 내가 너무 많이 알면 불편할 것"이라고 보탰다.
반면 한진그룹 측은 3자 연합의 '일본항공 추종'이야말로 항공업을 모른다는 방증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회사의 성격과 경영 환경이 전혀 다른 두 기업을 같은 기준으로 놓고 분석한다는 것 자체가 무지를 자인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아메바 경영의 근간에 최고경영자(CEO)가 모든 것을 알기 어렵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며 "주인 없는 회사로 전문성이 없었던 일본항공과 수십 년간 항공업을 이끌어 오면서 노하우가 차곡차곡 쌓인 대한항공의 차별점이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진그룹은 일본항공의 회생이 '아메바 경영'보다는 7천300억엔의 채무 탕감, 정부계 펀드인 기업재생지원기구의 3천500억엔 출자 등 정부의 자금 지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점도 근거로 대고 있다.
일본항공이 30% 이상 인력 감축, 자회사 매각 등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되살아난 점은 향후 한진칼의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한 논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3자 연합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강조하지만 일본항공의 사례를 신봉하는 강성부 대표와 김신배 후보의 성향을 감안하면 말 바꾸기 가능성이 있다"며 "3자 연합이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한 배경태 후보의 경우 인사·관리 전문가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진그룹 전직임원회도 앞서 성명을 내고 "항공사 운영 경험이나 노하우가 전혀 없는 투기 세력은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를 조각조각 내는 한편, 무리한 인적 구조조정 등 쥐어짜기식 경영을 단행할 것이 명백하다"고 비난했다.
반면 3자 연합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강 대표는 간담회에서 "이전 LK파트너스 시절부터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KCGI 측은 지난달 말 한진[002320] 노조에 회동을 제안하면서도 "KCGI는 작년 1월 '국민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는 한진'을 제안할 때부터 인력 구조조정을 일절 반대하고 구성원 만족도를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펀드 설정 기간이 10년에 달하도록 설정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진그룹 성장을 추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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