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처음으로 하루 200명 이상 사망…스페인·불가리아, 국가비상사태 선포
에펠탑·루브르 무기한 폐쇄…영국 지방선거 연기, 그리스 올림픽성화봉송 취소
WHO "유럽, 코로나19 진원지 됐다"…G7, 16일 긴급 원격정상회의 열기로
(유럽종합=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에도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는 무서운 속도로 이어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럽이 이제 코로나19의 진원지가 됐다고 진단했다.
유럽 각국은 코로나19의 총력저지를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거나 지방선거 일정을 연기하고 휴교령과 관광시설·상점 폐쇄 조치를 확대했다.
◇ 이탈리아·스페인 확산세 맹위…스페인 총리, 내주 확진자 1만명 돌파 예상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이탈리아에서는 하루에 200명이 넘는 신규 사망자가 발생했다.
13일 오후 6시(현지시간) 기준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는 1만7천660명으로 하루 전보다 16.8% 늘었다. 사망자는 250명 증가한 1천266명(잠정)이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로 하루 기준 2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이탈리아 다음으로 많은 스페인에서도 코로나19의 기세는 맹위를 떨치고 있다.
현재 스페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4천334명, 사망자는 122명으로 확진자 수가 닷새 만에 7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다음 주에 스페인의 확진자가 1만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국가비상사태를 발령하기로 했다.
14일부터 2주간 발령되는 국가비상사태 하에서 스페인 정부는 군대를 포함해 모든 가용수단을 동원해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불가리아도 스페인처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13일 오후 7시 현재까지 확진자 3천661명(사망자 79명 포함)이 나온 프랑스는 100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를 전면 금지했다.
파리의 대표 명소인 루브르박물관과 에펠탑도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무기한 폐쇄된다.
섬나라 영국도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만에 200명 이상 증가하는 등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영국의 13일 오전 9시 기준 확진자는 798명(사망자 11명 포함)이다.
영국은 오는 5월 7일 예정된 잉글랜드 지방선거를 1년간 연기하기로 했다. 프리미어리그(EPL)와 챔피언십리그, 잉글랜드축구협회(FA) 여자 슈퍼리그 등 모든 프로축구경기도 내달 3일까지 전면 중단됐다.
엘리자베스 여왕도 내주 예정된 지방 일정을 취소했고, 찰스 왕세자 부부 역시 예정됐던 해외 방문을 취소했다.
감염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독일에서는 휴교령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베를린과 바이에른주(州),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등 연방 16개 주 가운데 12개 주가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의 문을 당분간 닫기로 했다.
수도 베를린에서는 대부분의 극장과 콘서트홀, 박물관 운영도 중단됐고, 다음 달 25일 실시 예정이던 집권 기독민주당의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도 연기됐다.
현재 독일의 확진자 수는 3천481명(사망자 8명 포함)이다.
그리스에서는 2020년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의 일정이 전격 취소됐다.
그리스올림픽위원회는 집에 머물러 달라는 권고에도 서부 스파르타에서 진행된 성화봉송에 수백명의 관중이 모여들자 이후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고대 올림픽 발상지인 올림피아에서 채화된 성화는 그리스 내 3천200㎞ 구간을 이동할 예정이었다.
벨기에도 내달 3일까지 학교는 물론, 카페와 식당 문을 닫고 규모나 공공·민간에 상관없이 모든 문화와 스포츠행사를 취소했다.
네덜란드도 100명 이상 모이는 행사를 금지한 전날 조치에 따라 관광명소인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과 반 고흐 미술관, 안네 프랑크의 집을 폐쇄했다.
옛 소련권 국가들에서도 코로나19 사망자가 처음으로 나왔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지토미르주에 거주하는 71세 여성이 전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했다가 이날 사망했다. 이 여성은 우크라이나에서 나온 첫 코로나19 사망자이자 옛 소련권에서 발생한 첫 희생자다.
◇ WHO 사무총장 "중국서 한창일 때보다 현재 유럽서 더 많이 보고돼"
유럽 대륙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유럽이 코로나19의 진원지(epicentre)가 됐다고 평가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에서 전염병이 한창일 때 보고됐던 것보다 (유럽은) 매일 더 많은 사례를 보고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번 사태가 EU 경제에 미칠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370억 유로(약 50조3천억원) 규모의 투자기금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EU는 관광·소매·물류 등 피해를 본 EU 내 10만개 업체에 80억 유로(10조9천억원) 규모의 대출을 보증하는 데 10억 유로(1조4천억원)의 EU 자금을 사용키로 했다.
G7(주요 7개국) 정상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오는 16일 원격 화상 정상회담을 갖고 코로나19 확산 저지 국제공조 방안과 경제 충격 완화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하기로 했다.
(파리 김용래, 로마 전성훈, 제네바 임은진, 런던 박대한, 베를린 이광빈, 이스탄불 김승욱, 브뤼셀 김정은, 모스크바 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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