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신문 "사망자 축소 정황"…이란 "코로나19 사망 대비한 것일 뿐"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서방 언론이 12일(현지시간) 이란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사망자를 축소, 은폐하는 정황 근거로 폭로한 이란 곰시의 공동묘지 확장을 2주전 이란 당국이 이미 공개했다는 현지 언론보도가 나왔다.
이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란 반관영 매체 YJC는 지난달 25일 곰의 베헤슈테 마수메 공동묘지를 곰시 당국이 확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 시점은 곰시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95명, 사망자가 15명 나온 때다.
YJC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인명피해가 점점 늘어나자 곰시 당국이 향후 증가할 사망자의 시신을 다른 지역으로 운구하지 않고 가까운 시내에 매장하기 위해 시영 공동묘지에 고랑을 더 파고 있다고 전했다.
곰시 관계자는 이 매체에 다른 지역으로 운구했다가 코로나19가 확산할 수 있어 사망 직후 최대한 빠르게 매장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슬람의 장례관습은 사망한 지 24시간 이내에 염을 한 시신을 흰 천으로 싸 얕게 봉분 없이 매장하는 방식이다. 다른 문화권의 시점에서는 묘의 형태가 다소 격식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이란 온라인 매체 타브낙뉴스도 지난달 29일 비슷한 내용으로 관련 사실을 보도했다.
이란 유력 매체 메흐르통신은 이달 5일 이 공동묘지 내부를 촬영한 동영상과 함께 "코로나19 확산 위기를 대비해 베헤슈테 마수메 공동묘지에 곰시에서 사망한 감염자만을 위한 별도의 구역을 마련했다"라고 전했다.
앞서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가디언은 12일 이 베헤슈테 마수메 공동묘지를 찍은 위성 사진을 근거로 최근 이란이 이 묘지를 대규모로 확장했다면서 이란 정부가 코로나19의 피해 규모를 은폐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 매체는 90m 길이의 도랑 두 개가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외부에 알려진 뒤 새로 파였다면서 이란 당국이 공표하는 사망자(12일 기준 429명)보다는 많을 수 있다고 의심했다.
반면 이란 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 공동묘지에 매장터를 넓힌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 서방 언론이 의혹을 제기한 것처럼 사망자 시신을 몰래 묻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전염병 확산으로 급증할 시신에 대비한 조처였던 셈이다.
이 공동묘지 총괄 책임자는 13일 이란 타스님뉴스에 "매장터 확장과 관련한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시신 은폐를 위해 매장터를 확장했다면 이란 당국이 먼저 이를 언론에 공개할 리가 없으며 이를 근거로 정부의 공식 통계보다 사망자가 많을 것으로 추측하거나 마치 이란 정부가 비밀리에 이 공사를 진행했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것이다.
이란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치명률이 10% 이상으로 유독 높아 확진자 수를 줄인 게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가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치명률이 세계 평균치와 근접하자 최근엔 사망자를 축소했다는 의혹이 서방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란 반체제 단체 '무자헤딘-에 할크'는 실제 사망자가 정부 발표보다 10배는 더 많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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