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빠져나오는데 5~10시간…종말론 시나리오 보는 듯"
트럼프 "경계·조심 매우 중요" 트윗으로 혼란에 양해 구해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해 유럽에서 오는 외국인에 대한 사실상의 입국금지 조치를 취한 가운데 유럽에 머물던 미국인들이 급거 귀국길에 오르면서 주말 미국 내 일부 공항에서 큰 혼란이 빚어졌다고 미 언론들이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유럽발 미국 입국 금지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입국에는 문제가 없지만 향후 전면적인 입국 금지나 항공편 취소 등을 우려한 미국인들이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또 발열 체크 등 입국자들에 대한 강화된 검역 절차도 혼잡의 큰 배경이 됐다.
미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미국내 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이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만 5시간에서 최대 10시간 가까이 걸리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포르투갈에서 출발해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 도착한 엠마 로쉬는 "입국 심사를 받는 데만 3시간, 건강 체크를 통과하는 데 2시간, 이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체크를 통과하는 데 또 1시간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한 트위터에는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 도착한 승객의 전언이라면서 공항 도착 후 수하물을 찾는데 6시간, 입국 통관을 마치는데 추가로 2~4시간이 소요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함께 게시된 사진에는 승객들이 마치 콩나물시루처럼 시카고 오헤어 공항 통로를 가득 메우고 길게 줄을 선 채 입국 수속을 기다리는 모습이 담겼다.
아이슬란드에서 출발해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도착한 로니 코퍼스는 전날 오후 6시 40분에 도착해 오후 11시에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면서 길게 줄을 선 다른 승객들로부터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제기하며 "(입국 절차에) 더 좋은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쌓인 수하물이 마치 뉴욕시의 `엘리스섬' 같았다고 전했다.
시카고 오헤어 공항 당국은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승객들에게 물과 스낵을 나눠주기도 했다.
런던에서 유학 중 귀국한 페이지 하디는 미 댈러스-포트워스 공항에 도착 후 혼잡, 지연 등으로 환승 비행기를 놓쳤다.
하디는 향후 여행 금지가 강화될 경우 유럽 체류 미국인의 미국 입국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로 간단한 짐만 챙겨 귀국을 선택했다.
하디는 "정말 '종말론적 시나리오' 같은 것을 느꼈다"면서 런던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댈러스-포트워스 공항에 도착한 제프리 바넷은 전날 밤 트위터에 "현재 3시간 이상 대기하고 있다"면서 "기침과 재채기…"라며 공항 내에서의 감염 우려를 표시했다.
시카고 오헤어 공항이 있는 일리노이주의 J.B.프리츠커 주지사는 전날 밤 트위터를 통해 "오헤어 공항에서의 혼잡과 긴 줄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즉각 관심을 갖고 뭔가 (조치를) 당장 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이날 NBC방송 '밋 더 프레스'에 출연해 "더 많은 검역 요원이 있어야 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준비 부족을 비판하는 한편 "오늘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더 많은 수의 항공편이 도착하고 더 많은 승객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들(연방정부)은 완전히 준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우리는 공항에서 아주 정밀한 의료검사를 하고 있다. 혼란과 지연을 양해해주길 바란다.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움직이고 있으나 경계하고 조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제대로 해야 한다. 안전이 먼저!"라고 밝혔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일부 공항에서의 긴 대기를 알고 있으며, 가능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승객들의 입국 진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일부 공항에서는 즉각적인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대국민연설에서 유럽에 대해 30일간 미국으로의 여행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의 일환으로 당일 미국 입국 이전 14일 동안 유럽 국가에 머물렀던 외국인의 입국을 중단하는 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시 입국 금지 대상에서 제외했었던 영국과 아일랜드에 대해서도 14일 같은 조치를 발표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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