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눈치보기'에 실제 수신금리 인하에는 시간 걸릴 듯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전격 인하함에 따라 은행들의 여·수신금리 역시 조만간 조정될 전망이다.
단, 은행간 '눈치보기'로 수신금리가 바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기준금리가 인하된 후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4개월 만에 조정됐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따라 수신금리 조정 검토에 들어갔다.
은행은 한은의 기준금리를 바탕으로 예대율과 경영전략, 금융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수신금리를 결정한다.
현재 만기 1년에 기본금리 기준으로 국민은행의 '국민수퍼정기예금'(1.05%), 신한은행의 '신한S드림정기예금'(1.1%), 우리은행의 '우리슈퍼주거래정기예금'(1.15%), 하나은행의 '하나원큐 정기예금'(1.1%) 등 주력 정기예금 상품이 모두 금리가 1% 초반대여서 금리가 조정되면 줄줄이 0%대로 떨어지게 된다.
단, 시장금리와 바로 연동되는 대출금리와 다르게 수신금리는 한은의 기준금리가 조정됐다고 해서 바로 바뀌지는 않는다.
지난해 10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을 때를 보면 2개월 만인 그해 12월 주요 은행 가운데 NH농협은행만이 수신금리를 인하했고, 이후 올 2월 들어서야 나머지 주요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조정했다.
수신금리를 내리면 고객들에게 내주는 이자가 줄어 은행에 이득이지만 자칫 먼저 내리면 다른 은행에 고객을 뺏길 수 있어서다.
당시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움직임과 다르게 상승 추세를 보였던 데다가 올해 시행되는 신(新)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예금을 넉넉하게 확보할 필요가 있어 은행이 섣불리 수신금리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에도 은행들이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의 이번 '빅컷'은 예정에 없던 조치여서 은행 입장에선 대응 전략을 짜기가 쉽지 않다.
특히 지난해 기준금리 인하를 뒤늦게 반영해 주요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내린 은행들은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대폭 내렸다고 해서 한달 만에 다시 수신금리를 조정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의 금리 인하가 전격적이어서 현재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심 중"이라며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얼마나 변동되느냐에 따라 은행 수신금리 인하 여부와 그 시기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출금리는 시장금리 변동에 따라 조만간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대출상품인 주택담보대출은 변동금리와 고정금리(5년 고정·혼합형)로 나뉜다.
주택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정기예금·정기적금·상호부금·주택부금 등 국내 은행이 자금을 조달한 수신상품의 금리를 가중평균한 값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수신금리가 내려가면 코픽스 역시 조정돼 주택대출 변동금리 역시 낮아진다.
단, 수신상품의 금리 조정이 더디고 한달에 한번 공시되는 탓에 코픽스에 연계된 변동금리는 한은의 기준금리 조정을 뒤늦게 반영하는 편이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한은의 기준금리 조정 후인 11월에 오히려 올랐고 12월부터 내리기 시작해 주요 시중은행들이 연이어 수신금리를 내린 올 2월 들어서야 큰 폭으로 조정됐다.
일 또는 주 단위로 바뀌는 주택대출 고정금리는 주로 금융채 5년물(AAA등급)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다.
금융채는 실시간으로 금리가 움직여서 고정금리는 변동금리보다 빠르게 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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