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책팀, 성서호 기자 = 사상 첫 기준금리 0%대 시대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빚과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 컷'을 단행하면서 금리 인하가 가계 부채 수요 확대로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전날 금융통화위원회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결국은 가계의 차입 비용을 낮추는 쪽으로 연결될 것이고, 주택 수요를 높이는 효과가 있겠다"면서도 "단기적으로 봤을 땐 부동산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나 판단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경기와 한국 경제 침체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부동산시장을 자극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이번 금리 인하 결정으로 가계 부채가 크게 늘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지난해 하반기에 금리를 인하했을 때도 가계 부채 증가 규모나 통화량 증가율의 움직임이 통상의 금리 인하 때와는 달랐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한은이 금리는 낮췄지만, 가계대출 규제도 전반적으로 계속 강화하고 있고,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대출을 통한 우회 대출, 전세자금대출 등도 금융당국이 계속해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서 금리 인하로 통화량이나 부채가 많이 늘어나는 추세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정책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데다 최근 들어서 코로나19 같은 외부 변수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도 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현재 경기가 많이 나빠졌기 때문에 금리 인하가 가계 부채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미 빚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자 부담을 덜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이번 금리 인하에서 의도한 주된 목표도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취약부문, 영세자영업자나 서비스업, 중소기업 등에 차입금리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이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가계 부채는 확대되고 부동산 시장 쪽으로 돈이 흘러갈 수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게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면서 "경중을 따지자면, 경제 전반적인 충격파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가격이 일시적으로 꿈틀할 수 있겠지만, 수출과 내수가 모두 악화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경제학회장)는 "그동안 개인들이 낸 빚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며 "증시 등 상황이 나빠지면 이들이 갑자기 빚을 상환해야 하는 위험에 몰릴 수도 있고, 이 경우 부동산 시장 폭락이 올 수도 있다. 이게 가장 좋지 않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금은 부동산 투기를 할 상황이 아니다"며 "샀다가 거의 잘못하면 '상투 끝'일 수 있어서다. 아무리 규제를 안 한다고 해도 값이 내려갈 거 같으면 안 산다. 지금은 위험한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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