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0%대 기준금리, 금융시장 불안 잠재울까(종합)

입력 2020-03-16 19:33   수정 2020-03-16 20:23

사상 첫 0%대 기준금리, 금융시장 불안 잠재울까(종합)
"신용경색 완화 도움 되겠지만 실물·금융 불안 해소 의문"
증권가 "정책실탄 조기 소진 우려…실물경제 지원할 재정정책 필요"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한국은행이 16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전격 인하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조치가 글로벌 정책 공조에 참여하면서 단기적인 유동성 공급 효과를 낼 수는 있겠지만, 금융시장의 불안감 해소나 경기침체 우려를 불식하는 데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임시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종전 연 1.25%에서 0.75%로 0.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0%대에 진입하게 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일단 한은의 금리 인하를 환영했다.
신환종 NH투자증권[005940] FICC 리서치센터장은 "조금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한은이 결정한 0.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 폭은 시장이 예상했던 0.25%포인트보다 큰 만큼 경기 부양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드는 시점인 만큼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효과가 미국이나 유럽보다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한은의 금리 인하가 코로나19로 증폭된 불안감을 해소하는 대책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제로 금리 수준으로 금리를 대폭 인하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에 준하는 '초강수'를 감행했는데도 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갔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19% 급락한 1,714.86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으로 2011년 10월 6일(1,710.32) 이후 8년 5개월여 만의 최저를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255지수(-2.46%)를 비롯해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3.40%)와 선전종합지수(-4.83%)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연준의 급격한 대응이 오히려 경기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한 가운데 향후 추가적인 정책 카드가 없다는 의구심이 반영된 것이다.
채권 금리는 하락(채권값 상승)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5.0bp(1bp=0.01%포인트) 내린 연 1.099%에 장을 마쳤고 10년물은 연 1.524%로 4.6bp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한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채권금리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3년물 금리가 일시적으로 0%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안재균·여현태·윤소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채권 금리의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며 이달 국고채 3년물 금리 등락 범위를 연 0.95∼1.20%로 제시했다.



한은의 금리 인하 이후 처음 개장하는 17일 주식시장에서 주가 급락세가 진정될지도 주목된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는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지만,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큰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철수 미래에셋대우[006800] 리서치센터장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조치는 유동성 공급이나 신용 경색 완화에 도움이 되고 글로벌 정책 공조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사안의 본질상 실물경제와 주식시장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오히려 (정책) 실탄을 일찍 소진한 측면도 있다"고 우려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공급뿐 아니라 수요까지 동시에 영향을 미치면서 경기 반등이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라면서 "실물경제에서 정책 효과가 확인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시는 당장 브이(V) 자로 반등하기보다는 바닥을 다지며 경기 및 기업실적 개선을 확인하고자 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주가지수의 급격한 하락세는 일단 지나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은 낙폭의 기울기만 줄었을 뿐"이라면서 "코로나19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지연된 정책 효과가 반영될 때까지 지수는 당분간 급등락하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근본적으로 경기 타격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공급에 의존한 통화정책을 넘어 실질적인 재정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센터장은 "연준이나 한은의 통화정책은 실물 부문보다는 자산시장이나 금융시장에 대한 대응 정책이고, 실물경제에 대한 정책은 재정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정책은 두 가지 축으로 이뤄지는데, 지금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소비 부양에 대한 내용이나 중소 상인·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등 여러 정책이 논의만 되는 상황"이라며 "좀 더 실질적인 재정정책이 나와줘야 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mskwa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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