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에 코로나19 악재…"약 5조원 위기대응기금 조성키로"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국제 저유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미국의 긴급 기준금리 인하 소식이 전해진 16일(현지시간) 러시아 금융시장은 여전히 혼란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날 낮 모스크바 증권거래소(외환시장 포함)에서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은 한때 전장 종가 대비 3.4% 오른 75.03루블까지 상승했다.
유로 대비 루블화 환율도 전장 종가 대비 4.3%나 오른 84.22루블까지 뛰었다.
이후 환율은 각각 달러당 74루블, 유로당 83루블 대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주요 주가지수인 RTS 지수도 이날 전장보다 6.5% 이상 하락한 927.22까지 떨어졌다.
미국 연준은 앞서 15일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고자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인하했다.
또 유동성 공급 확대를 위해 7천억달러 규모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연준의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 재개도 러시아 금융시장에 별다른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지난주 최대 산유 능력을 증강해 생산량을 대폭 늘리겠다고 선언한 영향으로 이날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5월물 가격은 배럴당 6.8% 낮은 31.55달러까지 떨어졌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배럴당 30.59달러까지 떨어져 4.7%의 낙폭을 보였다.
원유·가스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가 반전의 기회를 찾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10개 주요 산유국은 앞서 지난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추가 감산을 논의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에 실패했다.
러시아는 감산이 원유 가격을 올려 상대적으로 채굴단가가 높은 미국 셰일 석유의 시장 진입을 돕는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추가 감산 협상을 이끌었던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4월부터 산유량을 현재 하루 970만 배럴에서 1천230만 배럴까지 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러시아도 증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졌다.
감산 합의 무산 외에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도 석유 수요 감소를 불러 유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이날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3천억 루블(약 4조9천억원)의 위기대응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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