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42일 안에 연정 꾸려야…네타냐후 총리는 실각 위기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의 중도 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 대표인 베니 간츠(60)가 16일(현지시간)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명됐다.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날 예루살렘의 관저에서 간츠 대표를 만나 새 연립정부 구성권을 부여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이 전했다.
간츠 대표는 이 자리에서 "나는 며칠 안에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겠다"며 "그 정부가 '유대와 사마리아'(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을 가리키는 표현) 주민과 이스라엘 내 아랍계 시민 등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이끌 정부는 이스라엘 사회가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회복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간츠 대표가 앞으로 최장 42일 동안 다른 정당들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면 총리에 오른다.
우선 28일 동안 연정을 꾸릴 기간을 부여받았으며 나중에 대통령은 기간을 14일 연장할 수 있다.
간츠 대표가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면 리블린 대통령은 다른 당 대표를 총리 후보로 다시 지명해야 한다.
간츠는 군에서 38년 동안 활동하고 2011∼2015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을 지낸 직업군인 출신이다.
그는 2018년 12월 '이스라엘 회복당'을 창당하며 정치에 뛰어들어 참신한 이미지로 지지층을 넓혀왔다.
안보 문제에서는 보수적이지만 실용적 성향의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간츠 대표가 이끄는 청백당은 지난 2일 치러진 총선에서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120석 가운데 33석을 얻어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36석) 다음으로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리블린 대통령과 각 정당 대표단의 회동에서 과반 의석(61석)의 지지로 연정 구성권을 받는 데 성공했다.
청백당뿐 아니라 중도좌파 정당 연합인 '노동-게셰르-메레츠'(7석), 아랍계 정당들의 연합인 '조인트리스트'(15석), 극우 정당 '이스라엘 베이테누당'(7석)이 간츠 대표에게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리쿠드당과 유대주의 종교 정당 등 우파 진영의 지지를 합쳐 58석에 그쳤다.
간츠 대표가 총리 후보가 될 기회를 잡았지만, 연정 협상이 진통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간츠 대표를 지지하는 극우 이스라엘 베이테누당과 아랍계 정당들은 팔레스타인 문제 등에서 그동안 대립해왔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의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부 장관은 그동안 아랍계 정당들이 팔레스타인에 편향된 "테러 지지자들"이라고 비난해왔다.
간츠 대표의 연정 협상이 표류할 경우 청백당과 리쿠드당이 모두 참여하는 '거국 내각' 구성이 힘을 받을 수 있다.
리블린 대통령은 15일 밤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대표를 불러 거국 내각 논의를 중재했다.
이스라엘의 우파 지도자 네타냐후 총리는 연정 구성권을 라이벌인 간츠 대표에게 내주면서 정치적 위기에 놓였다.
그는 총리직 재임 기간이 모두 14년이나 되는 이스라엘의 최장수 총리지만 비리 문제로 큰 타격을 입었다.
5선을 노려온 네타냐후 총리는 작년 11월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17일로 예정됐던 네타냐후 총리의 첫 재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5월 24일까지 연기된 상태다.
이스라엘에서는 작년 4월과 9월 총선이 실시됐지만,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대표 모두 연정에 실패하면서 정치적 혼란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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