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 주지사, 하루 전 '연기 권고'…다른 주도 연기 등 대안 검토 속출
대규모 유세 대신 '가상행사'로 바뀐 풍속도…'텔레 타운홀'·'디지털 랠리'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여파로 대선 경선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유세 방식이 변화하는 등 선거판도 요동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플로리다 등 4개주(州)의 17일 경선이 예정돼 있지만, 이전 경선과는 다른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경선 4개 주의 한 곳인 오하이오는 하루 전날인 이날 주지사가 코로나19 우려로 돌연 투표 연기를 권고하고 나서면서 투표가 연장되거나 하는 식으로 선거가 당일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도 커졌다.
유세에선 직접 유권자를 만나고 대규모 청중을 동원한 선거운동이 사라지고 온라인을 활용한 화상회의 형식의 타운홀 미팅이나 디지털 집회가 등장했다.
이번 경선은 민주당에서 대의원 수가 네 번째로 많은 플로리다(219명)를 비롯해 애리조나(67명), 오하이오(136명), 일리노이(155명)에서 577명의 대의원을 선출한다.
플로리다는 애리조나와 함께 주요 대선 '경합주'(스윙스테이트)로 꼽힌다. 오하이오는 대표적인 '러스트 벨트'(쇠락한 제조업 지대)다.
민주당 경선 주자인 조 바이든(77)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78) 상원의원은 최대한 많은 장소를 돌며 다수의 청중과 만나는 유세 방식에서 벗어나 온라인으로 교감하는 '가상 행사'를 도입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부인과 함께 경선 당일인 17일 밤 8시 타운홀 형식으로 4개 지역 유권자를 영상으로 연결하는 '텔레 타운홀' 행사를 연다.
샌더스 의원은 연예인과 예술가 등 유명 인사와 함께 하는 '디지털 랠리'를 16일 밤 개최했다. 영화배우 대릴 해나와 음악가 닐 영도 참여해 음악 공연도 펼쳤다.
경선 당일 투표소 풍경도 이전까지와 다른 모습이 연출될 전망이다.
4곳 경선은 유권자가 투표장에 찾아가 투표하는 프라이머리(예비선거) 형태다. 그러나 일부 지역 투표소는 폐쇄되는 등 직접 투표 장소가 줄어들었다. 대신 당국은 우편 투표나 부재자 투표를 권장해왔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선일이 연기되는 등 일정에 변동이 생기는 주도 속속 나오고 있다.
당장 오하이오주는 마이크 드와인(공화) 주지사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많은 유권자가 투표장에 나오는 것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침에 어긋난다면서 17일 치르는 직접 투표를 6월 2일까지 연기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에게 "경선을 중단시킬 권한은 없다"면서 대신에 투표 연기를 요청하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일부 유권자가 이미 소송을 냈다.
이에 오하이오 민주당은 대안으로 경선 날짜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날 출석 투표를 치러 끝내지 않고 마감일을 정해 우편 투표를 더 진행해 의사를 수렴하는 방안이다.
앞서 루이지애나주는 가장 먼저 내달 4일 치를 예정이던 공화당과 민주당의 예비선거를 6월 20일로 연기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이어 조지아주도 오는 24일로 예정됐던 양당 경선을 5월 19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민주당도 29일 열릴 예정인 프라이머리를 내달 26일로 미루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켄터키주도 공화당 소속 주지사와 민주당 소속 주국무장관이 합의해 5월 19일로 예정된 예비선거일을 6월 23일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민주당 코커스(당원대회)를 내달 4일 치르는 와이오밍주의 경우 당원에게 직접 참석을 중단하고 우편 투표할 것을 촉구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번 17일 경선은 '슈퍼 화요일' 승리로 승기를 잡고 '미니 화요일'까지 이겨 양자 대결 구도에서 '원톱'으로 올라선 바이든이 승리를 이어가며 선두 자리를 굳힐지, 힘겨운 추격전을 벌이는 샌더스가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지가 관심사다.
경선을 앞두고 치러진 주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이 샌더스 의원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전문매체 '파이브서티에잇'(538)에 따르면은 바이든은 이날까지 전국 여론조사 지지율 평균에서 56.5%를 기록, 34.4%에 그친 샌더스를 20%포인트 넘는 격차로 앞섰다.
이날 발표된 몬머스대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은 경선 지역의 하나인 애리조나주에서 51%의 지지율로 샌더스(31%)를 20%포인트 차로 크게 앞질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까지 확보한 대의원 수는 바이든 890명, 샌더스 736명이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려면 전체 대의원(3천979명)의 과반인 '매직넘버' 1천991명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경선에서도 바이든이 주요 지역에서 이긴다면 확고한 선두 굳히기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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