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우려' 영국, 자동차업체들에 "산소소흡기 만들어달라"

입력 2020-03-17 08:46   수정 2020-03-17 08:58

'의료대란 우려' 영국, 자동차업체들에 "산소소흡기 만들어달라"
존슨 총리, 60여개 업체 요청…텅빈 호텔은 의료시설로 사용할 예정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의료대란 우려가 제기되는 영국이 자국 내 자동차 업체들에 산소호흡기 같은 의료장비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호텔을 병원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영국에는 현재 코로나 19 발병 사례 1천543건이 보고됐고 55명이 사망했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 19와의 전투 체제를 강화하고자 국민에게 사교 생활을 일시적으로 접도록 촉구하는 한편 가장 취약한 계층에는 12주간 자가격리를 명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롤스로이스, 포드, 혼다 등 자국 내 생산기지가 있는 자동차 업체를 비롯해 60여개 제조업체와 관련 기관에 국민보건서비스(NHS)를 위해 산소호흡기 같은 필수 의료장비 생산을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고 총리실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변인은 "총리가 코로나 19에 대응해 최악의 확산 기세를 누그러뜨리는 데는 국가적 노력이 요구된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존슨 총리는 제조업체들이 자체 부품을 제조하는 기술과 전문가를 제공함으로써 당면한 도전에 대처해달라고 당부했다. 디자인, 조달, 조립, 검사, 선적 등의 절차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들이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영국 내 호텔은 비상사태에 대응한 임시병동으로 쓰일 예정이다. 은퇴한 의료진도 의료현장에 돌아오도록 요구했다.
맷 핸콕 보건장관은 의회에 출석해 산소호흡기 생산 요구에 열렬한 호응이 있었다면서 "호흡기가 만들어지는 대로 구매할 것이며, 이건 목표를 정한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한 많이 만들어달라는 요구"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그러나 자동차나 제트엔진 제조시설이 곧바로 특수 의료장비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뀔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 가지 방법으로 국방산업법을 적용해 특정 제조시설에서 산소호흡기를 만들도록 하는 제안도 있다.
보잉과 에어버스에 납품하는 제트엔진을 만드는 영국의 럭셔리 자동차업체 롤스로이스는 할 수 있는 어떤 방식으로라도 도울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잉글랜드 스윈던에서 11만대의 차량을 생산하는 혼다 기지도 정부 요청을 받고 타당성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포드도 영국 내 두 곳에 엔진공장을 운영 중인데 현재 (코로나 19 관련) 상황을 평가하는 중이다.
핸콕 장관은 많은 호텔이 비어있는 상태라 곧장 의료시설로 개비해 운영할 수 있는 데 비해 산소호흡기 등의 장비는 많은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코로나19 확진자수가 적은 편이지만 유럽 내 거센 확산세를 고려해 자국에 의료대란이 닥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영국공중보건국(PHE)이 국민보건서비스(NHS)의 고위 관계자용으로 작성한 기밀 보고서를 인용해 코로나19에 따른 보건위기가 내년 봄까지 1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최악 시나리오에는 영국에서 향후 12개월 동안 인구의 최대 80%가 코로나19에 감염되고 15%인 790만명까지 입원이 필요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oakchu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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