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코로나19의 팬데믹이 글로벌 경제를 공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생산과 소비 절벽이 금융 불안을 키우고 금융 공황이 실물 경제를 뒤흔드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세계 경제 역시 백신도 치료약도 없는 코로나19에 감염돼 심각한 호흡 곤란에 빠져든 느낌이다. 간밤 미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3% 가까이 폭락해 20,000포인트 선이 위협받았다. 불과 한 달 전 30,000선을 넘보던 파죽지세의 황소장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대폭락이다. 아시아, 유럽, 미국증시가 서로 꼬리를 물고 물리면서 끝없는 추락을 지속하고 있다. 17일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도 오전 3% 안팎의 하락세를 보이며 1,700선이 무너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필두로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이 모두 파격적 금리 인하와 함께 양적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시장 불안은 오히려 증폭하는 양상이다. 증시는 통상 실물 경제를 3∼6개월 선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가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번 사태로 인한 금융·실물 복합 위기 해소는 지구촌이 얼마나 빨리 코로나19의 저주에서 벗어나느냐에 달렸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에 비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대처는 바이러스의 확산 스피드에 비해 굼뜨고 허술하기 짝이 없어 상황을 조기에 통제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키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제대로 대응한다면 7∼8월엔 위기가 지나갈 것이라고 했으나 미덥지가 않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보듯 유럽의 팬데믹은 수습이 어려운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경제의 심장인 뉴욕주의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2월 12.9에서 이달엔 -21.5를 찍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는 시작일 뿐이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코로나19가 금세기 가장 심각한 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쌍두마차인 중국의 1∼2월 산업생산은 1990년 통계작성 이래 최저인 -13.5%를 기록했고, 소비는 -20.5%, 수출은 -17.2%였다. 내수 시장이 단단한 미국과 중국이 이 정도라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받는 충격의 강도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팬데믹의 조기 종식이 물 건너가고 이에 따라 위기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본다면 각종 경제 관련 대책도 상황에 맞게 수정 보완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여당은 애초에 편성한 11조7천억원에 6조원을 더한 추가경정예산을 추진하고, 한국은행은 1.25%인 기준금리를 0.5% 인하했으나 이 정도로는 부족해 보인다. 저소득층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 노동자는 소득 감소와 실직, 폐업 공포에 떨고 있고, 여행업 등 관광산업은 빈사 상태이며 항공사들은 자금난에 봉착했다. 생산과 소비, 수출이 전방위로 무너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서비스업과 제조업 전반으로 기업들의 경영난은 가중할 것이 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추경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면서 전례 없는 대책을 재차 주문하고,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특단의 대책과 조치들을 신속히 결정하고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절박감을 깔고 있다.
정부는 일단 본예산과 추경의 신속한 집행으로 급한 불을 끄되 미흡할 경우 4월 총선이 끝나는 대로 국회에 제출할 추가 추경을 준비해야 한다. 여기엔 생계의 위협을 받는 취약계층에 대한 제한적 재난기본소득을 반영해 이들이 힘겨운 시기를 견뎌내도록 사회 안전망을 펼쳐야 한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중소. 중견 기업을 위한 회사채신속인수제 등 기업 자금난 해소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올해 계획된 예산 배분을 재검토하고 세제, 노동, 규제 혁파 등 경제 정책 전반을 비상체제에 맞게 손질해 위기 이후도 대비해야 한다. 한국은행도 신용경색 완화를 위해 금리 인하 외의 양적 완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과거 위기 때 동원했던 은행과 증권사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을 통한 시중 유동성 직접 공급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채권시장안정펀드나 은행자본확충펀드 조성에 나설 수도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미국과 통화스와프도 서둘러 두터운 달러 방파제도 쌓기 바란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는 미국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어 금융시장 안정에 톡톡히 효과를 낸 바 있다. 팬데믹의 지속기간이나 후폭풍을 가늠할 수 없는 지금 우리에게 부여된 지상 명제는 최악의 상황이 닥쳐도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정책 조합을 총동원해 앞이 보이지 않는 이 길고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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