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이란서 돌아온 순례객서 코로나19 감염자 속출
인도, 유럽발 자국민 입국도 금지…스리랑카, 3일간 공휴일 지정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이란의 이웃 나라 파키스탄에서도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
이란에서 돌아온 순례객 중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다.
인도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세계적인 문화유산 타지마할의 문을 당분간 닫기로 했다.
17일 익스프레스트리뷴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부터 이날까지 141명 늘어 19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4일만 하더라도 30여명에 불과했던 확진자 수가 불과 며칠 사이에 6배가량 불어난 셈이다.
파키스탄 당국 관계자는 "새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이란에서 돌아온 많은 순례객 때문"이라고 밝혔다.
17일 파키스탄에서 처음으로 사망한 확진자도 이란에서 돌아온 남성이었다.
이란은 이슬람 시아파의 맹주 역할을 하는 나라로 중동 지역 곳곳의 시아파 무슬림이 성지순례와 신학 공부를 하러 몰려든다. 특히 곰, 마슈하드 등 성지가 연중 성지순례객으로 붐빈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5천명에 달할 정도로 바이러스 확산이 심각하다.
이에 파키스탄도 국경 폐쇄, 전 학교 휴교, 국제선 운항 제한 등 비상 대응 태세에 돌입한 상태다.
아프가니스탄, 이란, 인도 등으로 통하는 국경은 16일부터 15일간 폐쇄하기로 했고, 각 학교는 다음 달 5일까지 문을 닫는다.
파키스탄을 비롯한 남아시아 국가 대부분은 의료 인프라가 열악해 바이러스가 한 번 퍼지기 시작하면 통제 불능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인도공공보건연구소의 전염병학자인 기리다라 바부는 로이터통신에 "남아시아의 경우 특히 빈민가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역시 이란과 국경이 접한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이란에서 돌아온 자국민 중에서 확진자가 늘고 있다.
17일 1명 늘어 확진자는 22명이 됐다.
아프간에서는 지난 20일 동안 약 7만명이 이란에서 돌아온 것으로 추산된다. 아프간 경제는 수십년간 이어진 내전으로 황폐해진 탓에 많은 국민이 일자리를 구해 이란으로 이동한 상태다.
비자 효력 정지 조치 등을 통해 외국인 입국을 사실상 막고 국경도 상당 부분 폐쇄한 인도에서는 17일까지 126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상태다.
또 이날 뭄바이에서는 인도 확진자 가운데 3번째로 사망한 이가 나왔다.
인도는 강력한 방역 대응 태세에도 불구하고 확진자 수가 계속 늘자 18일부터는 유럽연합(EU), 영국 등 유럽에서 출발하는 자국민의 입국까지 금지하기로 했다. 이들 나라에서는 최근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다.
인도는 또 17일부터 타지마할 입장도 당분간 금지하기로 했다.
프라라드 파텔 인도 관광부 장관은 이달 31일까지 타지마할을 포함한 모든 유적지와 박물관의 문을 닫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도고고학조사국(ASI)이 관리하는 인도 내 건축물과 유적지는 타지마할을 비롯해 3천691곳에 달한다.
뭄바이에서는 자가 격리가 결정된 이들의 손등에 지워지지 않는 잉크로 도장을 찍는 방식으로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선거 중복 투표 방지 등 여러 목적으로 지워지지 않는 잉크가 종종 사용된다.
아울러 인도 정부는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고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1조루피(약 16조8천억원)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웃 섬나라 스리랑카 정부는 사람들의 이동을 억제하기 위해 17∼19일 사흘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스리랑카는 한국, 이란, 이탈리아 등 코로나19 주요 발생국 12국에 대해서는 지난 14일부터 모든 종류의 비자 발급도 중단한 상태다. 17일에는 앞으로 2주간 모든 항공기 입국을 금지하겠다는 내용의 추가 조치를 밝혔다.
스리랑카의 확진자 수는 17일 1명이 증가해 29명이 됐다.
다른 남아시아 국가인 몰디브, 방글라데시, 네팔의 확진자 수는 이날까지 각각 13명, 10명, 1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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