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숨으라" 코로나19에 전세계가 봉쇄·통제…시장도 패닉

입력 2020-03-17 16:25   수정 2020-03-18 13:48

"집에 숨으라" 코로나19에 전세계가 봉쇄·통제…시장도 패닉
글로벌 확진자 20만명 눈앞…미국서도 첫 '우한식 외출 제한'
'외국인 입국금지' 도미노…EU마저 '30일간 오지 말라' 경고
파격적 돈풀기에도 '블랙먼데이'…각국 앞다퉈 경기부양책 가동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전 세계를 뒤덮었다.
17일(현지시간, 이하 동일) 오후 현재 미국 존스홉킨스의대가 각국 발표를 취합한 코로나19 발병 현황에 따르면 전 세계 누적 확진자수는 18만2천406명으로 집계됐다.
약 24시간 전의 16만9천387명에 견줘 1만3천명이 늘어난 규모로, 18일 중에 누적 확진자수가 20만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과 미국 곳곳에서 이동 제한을 넘어 개인의 외출을 제한하는 '우한(武漢)식 외출제한령'이 확산하고, '모든 외국인 입국 금지'라는 초강경 국경 통제대책을 시행하는 국가가 속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중심으로 '제로 금리'와 대규모 양적 완화라는 강력한 처방이 이뤄졌으나 금융시장에서는 공황 상태가 재현됐다.


◇ 캘리포니아, 미국서 첫 '우한식 이동제한령'
16일 밤 현재 미국 내 확진자는 4천661명으로 전날 오후보다 약 1천명이 늘었다.
미국 각주에서는 코로나19의 무서운 확산세를 저지하고자 고강도 조처가 잇따랐다.
낙관론으로 일관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미국을 위한 대통령의 코로나19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명 이상은 모이지 말고 외식을 자제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앞으로 15일간 실천해 달라고 당부했다.
샌프란시스코 등 캘리포니아주(州) 해안 6개 지역은 '자택 대피명령(Shelter in place order)을 내렸다. 이들 지역 주민은 17일 0시부터 다음달 7일까지 출근이나 생필품 구입 등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집에 머물러야 한다.
미국 각주에서 도입한 상점 영업 중단이나 집회 금지보다 훨씬 강력한 이동 통제으로, 강도는 낮지만 질병 발원지인 중국의 우한에서 시행된 봉쇄령과 유사한 외출 제한 조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곳곳에서 외출 제한령이 내려졌지만 미국에서는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미국 여러 주가 식당·술집의 영업 제한에 동참했다.
수도 워싱턴DC와 인근의 메릴랜드주는 이날부터 식당과 술집 등을 전면 폐쇄했다. 메릴랜드주는 주 방위군과 경찰까지 동원해 이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미 동부의 뉴욕·뉴저지·코네티컷주도 공동으로 이날부터 식당과 술집, 체육관, 영화관, 카지노 등의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미네소타·켄터키·루이지애나·인디애나주도 비슷한 조처를 했다.
뉴욕의 랜드마크인 자유의 여신상도 운영을 중단했고, 코로나19 방역 연방기관인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도 직원 가운데 첫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왔다.
미국의 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SAT를 주관하는 칼리지보드도 이날 5월로 예정된 시험을 취소하면서 가능한 한 빨리 추가 SAT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사재기 자제 호소에도 공포심리 확산에 따라 총기류까지 사재기가 확산하는 분위기라고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전했다.
발원지 중국의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도 환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양상이다.
16일(현지시간) 중남미 각국 보건당국 발표와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이날까지 중남미 20여 개국에서 1천명에 육박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브라질(234명), 칠레(156명), 페루(86명), 멕시코(82명), 파나마(69명), 에콰도르(58명), 콜롬비아(54명)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베네수엘라도 첫 환자 발생 사흘 만에 확진자가 33명으로 늘어났다.
베네수엘라와 페루도 외출 제한에 나섰고, 파라과이는 야간 통금 시행에 들어갔다.


◇ "모든 외국인 입국 금지" 속출
질병 확산을 차단하는 내부 통제와 함께 국경 '장벽'도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앞서 각국은 중국, 이탈리아, 이란, 한국 등 '유행 국가'에서 도착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빗장을 걸었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환자가 폭증한 최근 이틀 새 모든 외국인 입국을 막는 초강수를 채택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6일 수도 오타와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캐나다 국민이나 영주권자가 아닌 사람들의 입국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폴란드, 카타르, 콜롬비아, 칠레, 과테말라 등도 앞으로 15일 이상 외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했으며, 인도도 사실상 외국인 입국 전면 금지에 준하는 조처를 발표했다.
콜롬비아는 자국민의 출국까지 막았다.
사우디아라비아 등도15일부터 모든 국제 항공편을 중단, 인근 걸프국을 제외한 외국인의 입국이 실질적으로 차단됐다.


사람과 물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신봉하고 보장하는 유럽연합(EU)도 코로나19 비상 사태앞에 굴복했다.
EU 회원국 중 국경 폐쇄에 가장 부정적이었던 독일이 전날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스위스, 룩셈부르크, 덴마크 국경에서 화물과 통근자를 제외하고 이동을 차단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외국인의 EU 여행을 30일간 금지하는 방안을 17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서 논의한다.
EU의 국경 통제 움직임은 유럽 각국의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에서는 확진자가 2만7천980명, 사망자가 2천158명에 달했다. 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의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9천428명, 342명으로 유럽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이어 독일(7천272명), 프랑스(6천650명), 스위스(2천200명), 영국(1천551명), 네덜란드(1천414명), 노르웨이(1천333명), 스웨덴(1천103명), 벨기에(1천58명), 오스트리아(1천18명) 순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았다.
폴란드에서는 미할 보시 환경부 장관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영국에서는 케이트 오즈번 노동당 하원의원이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이어 독일, 스위스, 그리스에서도 필수업종을 제외한 상점 영업을 중단시켰고, 프랑스는 샌프란시스코에 앞서 외출 제한령을 내렸다.
한국 정부는 17일 그동안 중국, 일본, 이란, 유럽에서 도착한 항공노선에 적용한 '특별입국절차'를 전 국가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모든 입국자는 발열 검사를 받고, 특별검역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 팬데믹 공포에 파격적 유동성 공급도 무력
미국 연준을 중심으로 글로벌 통화 당국이 기준금리 인하 등 파격적 유동성 공급에 나섰지만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공포 앞에서는 무력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 장세를 기록했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6일(현지시간) 13% 가까이, 무려 3,000포인트 무너졌다. 유럽증시도 4~5%를 웃도는 폭락세를 보이면서 2012년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글로벌 증시로서는 지난주 '검은 월요일'과 '검은 목요일'의 연이은 충격에서 미처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충격파를 맞은 꼴이다.
세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실물경제에도 예고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경기부양책과 안전망을 앞다퉈 쏟아냈다.
프랑스는 기업들에 최대 3천억유로(약 411조원) 규모의 은행 대출을 보증하기로 하고 기업이 세금 납부, 부채 상환을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스웨덴은 대량실업 사태를 막기 위해 3천억 스웨덴 크로나(약 38조원)에 달하는 재정지출 확대, 같은 규모의 양적 완화를 발표했다.
뉴질랜드도 자금난에 봉착하는 기업들의 임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 등을 담은 121억 뉴질랜드 달러(약 9조1천167억 원) 규모의 경제 지원책을 내놓았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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