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 작가 "창작물의 힘, 국경·언어 뛰어넘어…일본 독자 반응 기대"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제5회 수림문학상(2017년)을 받은 이진 작가의 장편소설 '기타 부기 셔플'이 일본 독자들을 만난다.
일본 중견 출판사인 신센샤(新泉社)는 '기타 부기 셔플' 일본어판을 오는 25일 출간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야스키 다케히토(安喜健人) 신센샤 편집자는 "번역 샘플을 읽고 금방 매료됐다"면서 "일본에 잘 알려지지 않은 반세기 이상의 미8군 무대에 얽힌 옛이야기를 30대 작가가 매우 서사적으로 그린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공간을 초월한 보편성을 가진 작품이라 한국 문학과 문화에 관심 있는 독자를 비롯한 폭넓은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얘기"라며 케이팝(K-pop) 팬뿐만 아니라 구미권 록 음악이나 팝 애호가들도 일본이 미국의 음악을 수용하기까지의 역사를 음미하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소설은 주인공 김현이 1960년대 한국에 주둔한 미8군 연예계의 밑바닥 생활에서부터 시작해 기타리스트로 자리를 잡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동양인의 눈으로는 최신 서구 문화가 넘쳐나는 미군 부대 공연장을 중심으로 청춘들의 꿈과 도전, 불꽃 같은 사랑과 치열한 경쟁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본어판 출간은 한류가 가장 먼저 시작된 일본의 독자들에게 오늘날 케이팝의 원조 가수들이 활약한 시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소설 속에 묘사된 1960년대 한국 대중가요의 시장 구조는 반세기가 지난 현재와 상당히 유사하다.
당시는 전통적으로 감수성 짙은 노래가 주류를 이루던 이전 가요계와 달리, 역동적인 무대 퍼포먼스와 서양식 발성, 복합 엔터테인먼트 쇼 창작, 다채로운 편곡 등이 인기를 얻는 현상이 새롭게 자리 잡는 시기였다.
연예기획사가 등장하고 실력이 뛰어난 가수가 해외로 진출하기도 했다.
소설 속에는 당시의 가수들이 서양 노래를 따라서 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한국적인 매력을 결합해 한층 진화한 음악과 공연을 선보이는 장면들이 실감 나게 묘사돼 있다.
일본은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 패전 국가로 미군 부대를 받아들였다.
이후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군 기지촌을 중심으로 새로운 음악 문화가 싹튼 가요사를 써 왔다.
서구의 팝이 가진 멜로디 라인과 일본의 정서가 융합되면서 일본 대중가요 장르가 더욱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온 것이다.
이진 작가는 "창작물의 힘은 국경과 언어를 뛰어넘는다는 사실에 깊이 감동한다"며 "1960년대 서울 대중음악의 모습을 다룬 소재가 일본 독자에게 어떤 감상을 자아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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