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성지순례를 금지하자 일부 보수 종교세력이 성지에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충돌했다.
이란 당국은 16일(현지시간) 종교도시 마슈하드의 이맘 레자 영묘, 곰의 파티마 마수메 영묘, 잠카란 모스크,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영묘 등 이란의 대표적인 시아파 이슬람 성지 4곳의 문을 닫고 성지순례를 당분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맘은 수니파에서는 단순히 예배인도자인데 시아파에서는 가장 숭모하는 최고 종교지도자의 호칭이다.
지금까지는 성지 방문을 자제해달라고만 호소했으나 코로나19 확산이 가라앉지 않는 데다 이란력으로 새해 연휴(노루즈. 춘분)에 성지 순례객의 방문이 많아질 것을 우려해 아예 입장을 금지했다.
이란 경찰은 성지 입구 주변을 간이벽으로 차단한 뒤 방문객의 접근을 막았다.
성지 방문이 불허되자 16일 밤 마슈하드 이맘 레자 영묘 앞에 시민 수십명이 모여 입구로 가는 길에 설치된 간이벽을 부수면서 영묘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도 빚어졌다.
현지 언론들은 이들 시위대가 종교성이 강한 보수 성향의 시민이라고 보도했다.
이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보면 이들은 "헤이다르"(시아파의 첫 이맘인 알리를 뜻함)라고 외치면서 간이벽을 무너뜨리고 부수려 했다.
"우리를 이맘과 갈라놓지 마라", "문을 열어라 이 나쁜 자식들아"라고 외치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현지 소식통은 1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험한 욕설을 하는 시위 참가자도 있었다"라며 "특히 신앙심이 강한 이들은 한 해를 성지 순례로 시작하는 데 이(순례 금지)에 화가 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란 당국은 마슈하드의 종교계 대표와 17일 만나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평소 이 성지는 휴일이나 야간을 가리지 않고 항상 문을 열어 성지순례객이 방문할 수 있다.
마슈하드와 곰은 중동의 시아파 무슬림이 순례하고 싶어하는 종교도시지만 이란에서 코로나19 발병이 가장 심각한 곳이다.
중동 다른 나라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이들 이란 도시를 방문한 이력이 대거 확인되기도 했다.
성지순례객은 성지의 성물에 입을 맞추거나 손으로 쓰다듬는 행위를 하고 과밀하게 모여 기도를 하는 탓에 코로나19가 전파됐다는 추정도 나온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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