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2008년 때 비상대책 속속 부활…유동성 위기 기업 지원(종합2보)

입력 2020-03-18 11:54  

미 연준, 2008년 때 비상대책 속속 부활…유동성 위기 기업 지원(종합2보)
CP매입기구 설치하고 월가 대출 프로그램 운용하는 등 금융위기 구제책 재가동



(뉴욕·서울=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권혜진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대한 맞대응으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도입한 비상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속속 재가동한다.
연준은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기업과 가계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어음 시장이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CP매입기구(Commercial Paper Funding Facility·CPFF)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매입 대상은 3개월짜리 달러표시 CP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도 포함된다.
CPFF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업체의 CP를 사들이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용된 장치다. 당시 금융권 신용경색으로 금융시장에서 정상적인 CP 유동화가 어려워지자, 연준이 대신 유동성을 공급해줬다.
연준은 원칙상 상환위험이 있는 민간기업에 직접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
다만 '예외적이고 긴급한 상황'에서 발동되는 특별권한을 근거로 재무부의 사전승인을 거쳐 CPFF를 설치하는 것이라고 연준은 밝혔다.
CPFF 산하 특수목적기구(SPV)를 통해 CP를 사들이는 간접매입 방식이다. 연준이 직접 신용손실을 입지 않도록, 재무부가 100억 달러를 제공한다.
연준으로서는 제로금리 및 양적완화, 각종 금융권 신용지원에 이어 CP 매입까지 '2008년형 비상카드'를 추가로 꺼낸 셈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CP나 회사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한계 상황에 내몰린 기업체를 직접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가 적지 않았다.
초단기 유동성 공급도 이어갔다.
연준의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담당하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이날 "오버나이트(하루짜리)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거래를 5천억 달러 한도에서 운영한다"고 밝혔다. 전날에 이어 연이틀 대규모 자금을 초단기 시장에 쏟아부은 것이다.
그밖에 연준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통화감독국(OCC)과의 공동성명을 통해 기업과 가계에 적극적인 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잠정적으로 유동성 규제를 완화한다고 설명했다.
은행 자본·유동성 규제 완화를 완화하겠다는 지난 15일 연준 발표의 후속 조치다.



연준은 역시 2008년 금융위기 대응책이었던 '프라이머리 딜러 신용공여'(Primary Dealer Credit Facility·PDCF)도 재도입하기로 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코로나19로 인한 신용대출시장의 혼란을 막고자 연준의 PDCF 도입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PDCF는 뉴욕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과 증권사 등 '프라이머리 딜러'(primary dealer)도 연준의 재할인 창구를 이용할 수 있게 개방한 조치로, 이에 따라 연준은 월가의 주요 금융기관 24곳에 최장 90일짜리 대출을 제공하게 된다. 이는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므누신 장관은 PDCF를 최소 6개월간 운용하고, 상황에 따라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이 이처럼 비상 유동성 프로그램을 재가동하기로 한 것은 기준금리를 파격 인하하고 양적완화(QE)를 재개했는데도 시장의 불안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금융위기 때와 같은 수준의 구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준이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구제책 중 상당수가 되살아났다.
연준은 이를 통해 미 경제가 '경기 침체'(recession)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월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금융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은행과 대기업들이 필요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려 한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또한 연준의 유동성 공급이 기업과 가계에 대한 대출을 늘리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jun@yna.co.kr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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