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사망자 증가세 지속…각국, 재정 풀어 충격 완화 안간힘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글로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 놓인 유럽 각국은 17일(현지시간)에도 바이러스와의 힘겨운 전투를 이어갔다.
각종 공공장소와 기업, 상점 등의 문이 속속 닫히면서 유례없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각국 정부는 잇따라 재정을 풀어 어려움에 빠진 가계와 기업 돕기에 나섰다.
◇ 이탈리아 확진자 3만명 돌파…스페인도 1만명 넘어
코로나19 확진자를 실시간 집계하는 사이트인 월드오미터(worldometer)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15분(그리니치표준시·GMT)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19만6천771명으로 집계됐다.
유럽에서 코로나19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 수가 3만1천506명으로 전날 대비 3천526명 증가했다.
누적 확진자 수가 3만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달 21일 북부 롬바르디아주에서 첫 지역 감염 사례가 확인된 이래 25일 만이다.
누적 사망자 수는 345명 증가한 2천503명으로 잠정 파악됐다.
스페인은 전날 대비 확진자가 1천467명 증가하면서 1만명(1만1천409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는 168명 늘어난 510명으로 나타났다.
독일 역시 확진자가 2천80명 추가된 9천352명으로 1만명에 육박했다.
사망자는 7명 늘어났지만, 여전히 확진자 규모에 비해 매우 적은 24명으로 집계됐다.
프랑스의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7천730명과 175명으로 전날 대비 1천97명과 27명이 늘어났다.
이밖에 유럽 주요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스위스 2천742명(389명↑), 영국 1천950명(407명↑), 네덜란드 1천705명(292명↑), 노르웨이 1천458명(110명↑), 오스트리아 1천332명(314명↑) 등으로 집계됐다.
벨기에(1천243명)와 스웨덴(1천191명)도 전날 대비 확진자가 각각 185명과 70명 늘어나면서 1천명을 넘어섰다.
◇ 이동제한에 사회적 거리 두기…텅 빈 유럽의 도시들
봄이 시작되면서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북적여야 할 유럽 주요 도시의 박물관과 미술관, 관광명소에는 코로나19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유럽 각국이 도시 봉쇄와 이동제한, 이른바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취하면서 도시의 정상적인 기능이 점점 불가능해지는 상황이다.
벨기에 정부는 17일 이튿날인 18일 정오부터 최소 내달 5일까지 시민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봉쇄'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벨기에 시민들은 집에 머물러야 하며 이동은 슈퍼마켓, 약국, 은행에 가거나 일부 긴급한 상황 등의 경우에 한해 가능하다. 모임은 금지되고 야외에서 운동은 허용되나 다른 사람과 1.5m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영국의 대영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 테이트 모던과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 등은 코로나19 여파로 당분간 문을 닫기로 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뉴욕 브로드웨이와 쌍벽을 이루는 런던 웨스트 엔드의 수많은 뮤지컬 및 연극 극장의 문도 굳게 닫혔다.
웨스트 엔드에서는 1년 내내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라이언킹' 등 수많은 인기 뮤지컬이 상영돼 왔지만 코로나19 앞에 무너졌다.
영국의 극장 체인들도 잇따라 영화 상영 중단을 결정했다.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당분간 펍과 극장, 영화관 출입은 물론 불필요한 여행 등 사회적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전국에 이동금지령을 내린 첫날인 이날 오후부터 경찰관들이 확성기를 들고 시내를 돌아다니며 검문을 시작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동금지령 위반 단속과 코로나19 확산 제어를 위해 이날부터 경찰관 10만명을 투입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공연 예술의 상징인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이 코로나19 여파로 4월 10일까지 예정된 모든 공연과 연주회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모스크바시는 이날 시장령을 통해 50인 이상이 참가하는 실내 대중 행사와 모든 실외 행사를 다음 달 10일까지 금지하도록 했다.
공장 가동도 속속 중단되고 있다.
독일 최대 자동차 기업인 폴크스바겐은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스페인과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이탈리아에 있는 공장 가동을 2∼3주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역시 독일 자동차 기업으로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도 이날 대부분의 유럽 공장을 가동 중지하기로 했고, 미국의 자동차 기업인 포드도 독일 쾰른과 자를루이스에 있는 공장을 멈춰 세우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화상회의를 갖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30일간 외국인의 EU 입국을 막는 여행 금지 조치 도입에 합의했다.
◇ '경제 충격 막자'…각국 재정 풀어 가계·기업 지원
유럽 주요국은 이같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잇따라 돈 보따리를 풀고 있다.
가계와 기업의 경제적 손실을 줄이고, 시장에 퍼져있는 공포심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앞서 지난 11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300억 파운드(약 45조원) 규모의 정책 패키지를 내놓은 영국 정부는 이날 추가 지원책을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구체적으로 3천300억 파운드(약 496조원) 규모의 대출 보증에 나서는 한편,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에 모기지(담보대출) 3개월 상환 유예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생방송 대국민 담화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위해 총 2천억 유로(약 274조원) 규모의 긴급지출 계획을 내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전날 저녁 방송된 대국민 담화에서 기업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최대 3천억 유로(약 411조원) 규모의 은행 대출을 보증하겠다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