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명 이상 모임 금지…로이터 "시위 중심지, 5개월 만에 처음 조용"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속에 격렬했던 칠레 시위도 잦아들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반(反)정부 시위 중심지인 칠레 수도 산티아고 도심의 이탈리아 광장이 전날 오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조용했다고 보도했다.
광장 주변에서 새총과 최루탄 대비 물품 등을 팔던 노점상들은 이제 마스크와 알코올 솜 등을 대신 팔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칠레에선 지난해 10월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문제를 도화선으로 사회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개됐다.
격렬한 시위로 30명 넘게 사망했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가 취소되는 등 칠레 사회가 수십 년 만에 최악의 혼란 속으로 빠졌다.
정치권이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새 헌법 제정 국민투표에 합의하고 남반구 칠레가 여름 휴가에 들어가면서 시위가 다소 잦아들기도 했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이탈리아 광장에선 크고 작은 시위가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됐다.
이달 들어선 세계 여성의 날과 민주주의 회복 30주년,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 취임 2주년 등을 맞아 다시 한번 시위가 거세지기도 했다.
그러나 수 개월간 이어지던 시위도 코로나19를 이기진 못했다.
칠레에선 지난 3일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두 주 만에 환자가 200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칠레 정부는 국경을 폐쇄해 외국인의 입국을 막고 학교 수업을 중단했으며, 50명 이상의 모임도 금지하기로 했다.
여럿이 모일 수 없게 되니 자연스럽게 시위도 잠잠해졌다.
이러한 가운데 칠레 정부는 오는 4월 26일로 예정된 새 헌법 제정 국민투표의 연기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날 곤살로 블루멜 칠레 내무장관은 "우리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국민투표가 최선의 방식으로 치러지는 것"이라며 "대안을 찾아야 한다면 검토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월 국민투표에선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독재정권 시절 만들어진 현행 헌법을 대신할 새 헌법을 제정할지와 제헌 주체가 누가 돼야 할지를 묻게 된다.
칠레 시위대는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현행 헌법이 사회 불평등을 야기했다고 주장해 왔다.
국민투표 일정 변경은 의회 3분의 2 이상의 승인이 필요하다.
지난 2011년 칠레 학생시위를 주도했던 야당 의원 카밀라 바예호는 로이터에 새 국민투표 날짜가 조속히 결정돼야 한다며, 시민들이 집 안에서 냄비를 두드리는 방식 등으로 시위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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