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진화 가설 중 하나 사후 138년 만에 입증"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포유류 아종(亞種·subspecies)이 장기적인 진화의 역학과 종(種)의 미래 진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밝혀졌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세인트존스 칼리지에 따르면 이 대학 생물 인류학 박사과정 대학원생 로라 반 홀스타인이 이끄는 연구팀은 포유류의 종과 아종 관계를 분석해 아종이 진화에서 하는 역할을 규명한 결과를 영국 '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찰스 다윈이 제시한 종의 진화에 관한 가설 중 하나를 그의 사후 138년 만에 처음 입증하는 것"이라고 대학 측은 밝혔다.
종은 동물이 서로 자유롭게 교배할 수 있는 집단을 가리키며, 아종은 종 안에서 지리적 분포에 따라 형태학적 차이와 함께 독자적인 생식 범위를 갖는 무리를 나타낸다.
인간은 아종이 없지만, 북부 기린은 서로 다른 곳에 사는 3개 아종을 갖고 있다. 아종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붉은여우의 경우 45개 변종이 세계 곳곳에 퍼져있다.
연구팀은 다윈이 1859년에 출간한 종의 기원 제3장에서 '많은 종을 가진 동물계통은 '변종'(varieties) 역시 많이 갖고 있다'고 제시한 데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다.
다윈이 책을 출간했을 당시 아종의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아종에서 새로운 종을 형성하는 '종의 분화'(speciation)가 이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가설은 조류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포유류에서는 제대로 검증되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갈라파고스섬으로 가기 이전부터 수백 년간 동식물 학자들이 수집한 자료를 분석해 다윈의 가설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포유류 종과 아종의 진화적 관계는 서식지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면서 "아종이 형성되고 분화해 개체 수를 늘리는 것은 서식지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이는 아종이 종으로 진화하는데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아종이 종의 분화를 향한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는지를 검토했는데, 논문 제1저자인 반 홀스타인은 "답은 '그렇다' 였지만 진화가 모든 집단에서 같은 요소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종과 아종의 다양성 간 관계를 들여다봄으로써 처음으로 그 이유를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인간에 의한 동물 서식지 파괴가 현재 그곳에 사는 동물뿐만 아니라 이 동물들의 미래 진화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또하나의 과학적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함께 동물보호 단체들이 멸종하거나 멸종위기를 맞을 수 있는 동물 종을 예측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반 홀스타인은 "이번 연구 결과를 이용해 진화 모델로 벌목이나 산림 개간 등과 같은 인간활동이 동물 종의 서식지를 파괴해 미래의 진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동물의 아종은 무시되는 경향이 있지만 장기적인 미래의 진화 역학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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