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재난기본소득·본예산 변경, 비상경제회의서 논의해 볼 만하다

입력 2020-03-18 14:12  

[연합시론] 재난기본소득·본예산 변경, 비상경제회의서 논의해 볼 만하다

(서울=연합뉴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 가동됐던 비상경제 회의가 12년 만에 부활해 19일 첫 회의가 열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글로벌 팬데믹(대유행)이 실물경제 위축과 금융시장 패닉으로 이어진 지금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한 '미증유의 비상경제 시국'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직접 내놓은 국정운영 카드가 바로 비상경제 회의다. 문 대통령은 "이것저것 따질 계제가 아니다"며 비상국면을 슬기롭게 뚫고 나가려면 대책도 전례가 없는 것이어야 하고, 어떤 제약도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할 이 회의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자리를 잃거나 생계가 막막한 취약 계층 지원, 일시적 매출 감소에 따른 자금난으로 부도 위기에 봉착한 기업의 버팀목이 될 만한 대책들이 최우선으로 논의돼야 한다.

수요 급감으로 침체에 빠진 경기를 지탱하고 하루하루 살기가 힘든 취약계층의 생계를 지원하는 방안으로 재난 기본소득도 검토해 볼 만하다. 지난달 이재웅 당시 쏘카 대표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재난 기본소득 50만원'을 제안한 것을 시작으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가 가세하며 찬반 논쟁에 불이 붙었다. 강원도가 광역단체 처음으로 소상공인·실직자 30만명에게 40만원씩을 주기로 했고, 전주시는 실업자와 비정규직 5만여명에게 52만7천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해외에서도 재난 기본소득 논쟁이 거세다. 파격적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로 천문학적인 돈 풀기에 나섰지만, 금융시장의 심리적 불안을 잠재우지 못한 미국에서도 국민들에게 1천달러씩 나눠주자는 주장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공화당 밋 롬니 상원의원, '닥터 둠'으로 알려진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맨큐 경제학'으로 유명한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 등 정계·학계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앞다퉈 지지하고 나서자, 트럼프 행정부도 향후 2주일 안에 이를 실현할 태세다. 재난 기본소득 효과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된다면 우리도 비상경제 회의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조건 없는 보편성과 개별성을 강조하는 기본소득 개념 때문에 거부감이 있을 수 있으나, 지금 시점에서 이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재원 조달의 방법과 범위, 정확한 타깃을 설정해 여러 형태의 재난 수당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비상경제 시국에는 검토하지 못할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국회가 17일 11조7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지만, 이것만으로 미증유의 경제 위기를 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총선 전 추가 추경 편성은 어렵겠지만, 총선이 끝나면 곧바로 추가 대책이 나와야 한다. 정부는 20대 국회 임기 내에 2차 추경이 처리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길 바란다. 본예산을 일부 변경해 코로나에 투입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가치가 있다. 본예산은 평상시 필요한 것들을 우선순위에 두고 편성된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힘든 과정을 견디고 있는 절박한 경제주체들의 눈으로는 상대적으로 '한가로운' 부분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본예산 변경을 검토하지 않은 채 막대한 추가 재원이 필요한 2차, 3차 추경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정확히 전달되지 못하고 소비나 생산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가장 효율적인 전달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비상경제 위기를 풀어갈 최선의 방법은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을 끝내는 것이겠지만, 그것은 우리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상황을 철저히 모니터하면서 가장 절실한 부분을 찾아내 혈맥을 뚫어주는 것이 비상경제 회의가 해야 할 일이다. 경제주체들과 소통의 문을 열어놓고 전례에 얽매이지 않은 창의적 발상과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경제 위기 극복의 '워룸'이 되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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