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일부 공시가격 25∼30%↑…'들쭉날쭉' 적정 시세 논란도(종합)

입력 2020-03-18 17:07   수정 2020-03-18 19:31

강북 일부 공시가격 25∼30%↑…'들쭉날쭉' 적정 시세 논란도(종합)
래미안대치팰리스 84㎡ 15억→21억원으로 41% 올라…강남권 30∼40% 인상 수두룩
현실화율 상향에 집값보다 공시가 더 올라…"시세하락했는데 공시가 높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정부가 올해 고가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최대 80%까지 올리면서 서울 강남권 주요 개별 단지의 공시가격이 최대 40%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해 집값 상승률에다 현실화율까지 높이면서 개별 단지로 볼 때 2006년에 버금가는 역대급 상승률이다.
정부는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억원 이하 중저가는 지난해 68% 수준에서 동결했지만, 고가주택은 금액별로 차등화해 최대 80%까지 끌어올렸다.
시세 9억∼15억원은 70%, 15억∼30억원은 75%, 30억원 이상은 80%로 아파트값이 비쌀수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더 높아지는 구조다.


◇ 강남권 30∼40% 올라…강북 인기단지도 20% 이상 상승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99㎡는 지난해 공시가격이 15억400만원에서 올해 21억1천800만원으로 무려 40.8% 상승했다.
이 아파트의 시세 기준금액을 28억2천400만원으로 보고 현실화율 75%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지난해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신축아파트 선호 현상이 커지면서 아파트값이 급등했다. 그러나 이 아파트의 지난해 첫 매매 거래가 4월에 팔린 23억5천만원에서 지난해 12월 29억7천만원으로 실거래가격이 26.4% 상승한 것에 비해 공시가격 인상폭이 훨씬 크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5㎡는 지난해 공시가격이 19억400만원에서 올해 25억7천400만원으로 35.2%가 올랐다.
이 아파트는 공시가격 조사 당시 시세가 32억원이 넘어 현실화율이 80%까지 적용됐다.

이 아파트 역시 2018년 9·13대책 이후 거래가 없다가 지난해 4월 25억원에 팔렸고, 지난해 12월 중순 31억7천만원에 계약돼 실거래가격이 27%가량 오른 것을 감안하면 공시가격 상승률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남권 다른 단지들의 공시가격도 많이 올랐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23㎡는 지난해 공시가격이 11억5천200만원에서 올해 15억9천만원으로 38%나 뛰었다.
현재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전용 50.64㎡는 공시가격이 지난해 11억4천400만원에서 올해 15억9천600만원으로 39.5% 상승했다.
올해 공시가격 3위에 오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 269.41㎡는 공시가격이 65억6천만원으로 작년(50억400만원)보다 30.2%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비강남권과 지방도 집값이 많이 오른 곳은 올해 공시가격 상승폭이 크다.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39㎡는 지난해 공시가격이 8억6천400만원에서 올해 25.5% 오른 10억8천400만원으로 10억원을 돌파했다.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 전용면적 141㎡는 지난해 공시가격이 14억3천200만원에서 올해 18억700만원으로 26.2% 상승했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는 올해 첫 공시가격이 매겨지면서 전용 244.62㎡가 54억3천200만원으로 단번에 공동주택 상위 10위에 랭크됐다. 상위 10위 가운데 지방 아파트는 엘시티가 유일하다.
지난해 지방에서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대전도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이 평균 14.06%를 기록하면서 공시가격이 두자릿수의 상승률을 보인 단지들이 많다.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스마트시티5단지 중대형은 지난해 공시가격이 6억6천400만원이었는데 올해 공시가격이 8억7천100만원으로 31.17% 올랐다.

◇ "집값 하락했는데 공시가격 높다"…시세대비 들쭉날쭉 현실화율
올해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일각에서는 시세의 적정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 강남권은 최근 정부의 12·16대책 영향으로 시세보다 수억원 하락한 급매물이 늘고 있는데 일부 단지는정부 대책 이전의 최고가를 기준으로 공시가격을 산정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은 한국감정원의 직원들이 맡는데 적정 시세를 산정하면서 조사자의 판단과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일부는 고점 시세나 고점 이후 떨어진 시세가 반영됐을 수 있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용 84.43㎡는 현실화율 75% 구간으로 올해 공시가격 15억9천만원을 역산하면 공시가격 산정을 위한 시세를 21억2천만원으로 책정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공시가격 조사 기간인 지난해 11월 이 아파트가 22억5천만∼22억8천만원, 지난해 12월 중순 23억원에서 최고 23억5천만원까지 팔린 것보다 낮은 수준이다. 오히려 12·16대책의 여파로 가격이 하락한 올해 2월 이후 실거래가(21억원대)와 비슷하다.
서초구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5㎡는 올해 공시가격(25억7천400만)에 현실화율 80%를 역산하면 공시가격 산정을 위한 시세가 32억1천750만원에 이른다.
이 아파트가 지난해 10월 초 최고가액인 34억원에 팔린 이후 지난해 11월 이후 연말까지 29억5천만∼31억7천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기준 시세를 다소 높게 본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말 가장 최근 거래가를 반영하면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81∼87%에 달하는 셈이다.
정부는 올해 공시가격은 지난해 가격 상승분이 반영된 것으로, 올해 하락한 시세는 내년 공시가격에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12·16대책 이후 전반적으로 호가가 하향 안정화되는 분위기인데, 공시가격이 고점의 시세만 반영해 너무 높다는 불만이 많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김영한 토지국장은 "공시가격 시세 산정은 실거래가 또는 실거래가 없는 경우 감정평가 등 여러 기법을 동원하고, 그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조사자의 주관적 의견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시세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청이 있어 지난해 세종을 시범 공개하고 있고, 앞으로 공개 범위를 확대하도록 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개별 호수의 시세 공개는 안정적인 공시제도 운영을 위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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