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국경 폐쇄·이동 제한 조치 아직 없어
신종플루 진원지였던 2009년 봉쇄정책 속에 GDP 5% 후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가 국경을 걸어 잠그고 있는 중에도 멕시코는 국경 폐쇄나 이동 제한 등의 강경 조치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공항이나 국경 폐쇄, 상점 영업 중단의 조치를 취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공항을 폐쇄하라. 모든 걸 정지시켜라. 경제를 마비시켜라' 같은 온갖 압력이 있다"면서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그는 "물론 감염병 상황을 우려하고 있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며 일찍부터 소모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의료인과 전문가들의 권고에 따라 공항 폐쇄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며 "대신 검역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멕시코에는 지금까지 93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유럽이나 북미 국가에 비하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증가세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멕시코는 중국 우한을 방문한 여행객을 포함해 어떤 지역을 방문한 이들에게도 입국을 금지한 바 없다. 한국, 중국, 이탈리아 등 주요국을 방문한 입국자들의 검역을 강화했을 뿐이다.
최근 중남미 여러 나라와 미국, 캐나다까지 줄줄이 입국 제한을 확대하고 있지만 멕시코는 동참하지 않고 있다.
통행 금지나 이동 제한도 없다. 휴교도 방학을 앞당겨 오는 20일부터 시작된다.
공연도 그대로 진행되고 축구도 비교적 늦게 취소됐으며,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난 주말까지도 지방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악수와 포옹, 키스를 나누기도 했다.
멕시코의 이 같은 느슨한 대처를 두고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가 올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리스크가 큰 멕시코의 정책이 지난 2009년 신종플루 당시의 '나쁜 기억'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전 세계를 휩쓴 신종플루의 진원지였던 멕시코는 발발 초기엔 다소 우왕좌왕했다. 그러나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강력한 봉쇄정책을 시작했다.
우한이나 이탈리아 북부처럼 학교 수업과 상업 활동 등을 모두 중단하고 박물관 등도 폐쇄했다.
이러한 정책은 신종플루 확산 방지에 꽤 효과가 있었지만 멕시코 경제엔 큰 상처를 줬다. 세계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멕시코의 2009년 국내총생산(GDP)은 5.3% 후퇴했다.
코로나19 위기 이전에도 멕시코 경제는 좋지 않았다. 정책 불확실성 등 속에 지난해 멕시코는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역성장했다.
코로나19 진원지에선 지구 반 바퀴 떨어져 있지만 이번에도 감염병은 멕시코 경제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산유국이면서 무역 의존도가 높고 관광업 비중이 큰 멕시코는 코로나19의 여파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멕시코가 미온적인 조치에 대한 비판 여론 속에서도 국경 폐쇄 등에 나서지 않는 것은 2009년처럼 강도 높은 조치가 사회와 경제에 줄 타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우고 로페스가텔 멕시코 보건차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2009년의 교훈'을 언급하며 "너무 일찍 조치들을 다 써버려선 안 된다.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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