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안정펀드 금융위기때 10조 조성…은행이 8조 부담

입력 2020-03-19 15:40   수정 2020-03-1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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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안정펀드 금융위기때 10조 조성…은행이 8조 부담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황재하 기자 =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시안정기금을 조성하기로 해 그 규모와 집행 시기가 주목된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금융권이 공동출자해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조성됐다.

금융권별로 보면 산업은행 등 은행이 8조원으로 가장 많고 생명보험 1조3천억원, 손해보험 3천억원, 증권사 5천원 등이다.
은행 17곳이 참여한 것을 비롯해 보험사 38곳, 증권사 36곳 등 총 91곳의 금융회사가 출자했다.
이들 금융회사가 출자한 자금으로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만들어 신용등급 BBB+ 이상의 회사채와 금융채, 프라이머리담보부채권(P-CBO), 여전채, 할부채 등을 인수해 주는 식으로 기업과 금융권의 자금난을 덜어주는 게 목표였다.
펀드 운용은 가장 많은 자금을 출자한 산업은행 계열사인 산은자산운용이 통합펀드 운용을 맡고, 투자자산별로 하위 펀드를 둬 여러 운용사가 나눠 맡는 방식이었다.
정부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 계획 공식 발표 후 실제 집행까지는 한 달이 조금 넘게 걸렸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 13일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 사실을 발표한 뒤 금융회사 등과 협의에 들어갔고 한 달이 조금 더 넘은 12월 17일 1차로 5조원 규모의 펀드 운용에 들어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1999년과 2000년에도 비슷한 형태로 채권시장 안정을 위한 기금 등이 조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이런 형태의 안정 기금이 과거 3차례 있었는데 1999년 채권안정기금이란 이름으로 3차례에 걸쳐 30조원이 조성됐고 2000년에는 채권형펀드로 20조원 정도가 있었으며 지난 2008년에는 채권시장안정펀드란 이름으로 10조원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증시안정기금은 금융권과 기업이 공동 출자해 자금을 마련한 뒤 주식을 사들여 지수 방어에 나서는 수단이다.
증시안정기금은 1990년 한차례 조성된 뒤 그 이후에는 시장을 제대로 방어할 수 있을지 실효성에 대한 의문으로 실행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조성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장의 불안감이 대폭 확대됨에 따라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시안정기금 카드를 모두 꺼냈다.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 등 시장 참여자들과 펀드·기금 조성 방식과 규모를 협의할 계획이다.
당장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0일 은행장들과 만나 이 문제를 협의하고 24일에는 각 금융권 협회장들과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이르면 다음 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펀드·기금 조성 방식과 규모를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회사채 시장 규모가 200조원이 넘는 것을 고려하면 20조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10조~15조원 수준이 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은 위원장은 이날 정부 합동브리핑에서 "펀드 운용 방식은 과거 펀드 조성 사례 등을 준용해 가급적 시장 친화적인 방식으로 설계할 것"이라며 "1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지만 모든 시장 참가자의 공감과 협조 없이는 실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kak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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