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미확인 감염자 많을수도"…파키스탄 총리 "확산 대응 자원·능력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속에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몰린 남아시아가 중국과 유럽에 이어 유행 거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소개했다.
WP는 20일(현지시간) '인구 20억의 고향, 남아시아가 다음 코로나바이러스의 핫스폿이 될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지역 인구밀집도나 보건의료 서비스 상황, 전문가들의 우려 등을 거론하며 이같이 전망했다.
현재까지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 스리랑카, 네팔, 부탄, 몰디브 등 8개 남아시아 국가에선 약 60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대부분은 파키스탄과 인도에서 나왔다.
인도 정부는 코로나 19 확산 양상이 자국 내에서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그것이 진실일 것 같지는 않으며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기까지는 행해진 검사가 너무 적다고 말한다"고 WP는 전했다.
인도는 19일 현재 1만2천400명에 대해 검사를 했는데, 이는 주민 100만명당 9명꼴이다. 같은 기준으로 미국은 약 114명, 한국은 6천명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인도와 주변국들이 전 세계 다른 곳에서 목격된 '치명적인 (유행)곡선의 시작점'에 있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는 것이다.
인도의 저명 바이러스학자인 T. 제이콥 존은 앞으로 다가올 수일, 수주간이 "진실의 순간"이 될 것이라고 신문에 말했다.
그는 확진 사례가 인도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WP는 코로나19 발병이 가속화될 경우 남아시아가 '암울한 예측'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곳의 보건의료 서비스가 취약하며 자금 지원과 서비스 접근 정도 역시 낮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병상 수가 인도는 1천명당 0.5개로, 같은 기준으로 3.1개인 이탈리아나 12개인 한국과 비교된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WP는 파키스탄에 대해서도 보건의료 시스템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코로나19가 확산하면 우리 모두 보건시설의 문제를 가지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그럴 가용능력도, 자원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확진자 수는 지난 15일 28명에서 19일 326명으로 늘었는데, 대부분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란에서 귀국한 사람들이다.
WP는 인도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신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며 인도가 꾸준하게 국경 폐쇄, 입국 여행객에 대한 거의 모든 사증(비자) 취소 등의 조처를 했다고 소개했다.
확진자 1명이 발생한 부탄은 여행자들에게 국경을 폐쇄했으며 방글라데시는 휴교령을 내리는 등 남아시아 국가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에서도 대도시를 비롯해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시행 중인데, 여기에는 인구가 많은 델리, 뭄바이도 포함된다.
WP는 그러나 "재택근무나 자가격리는 대부분의 인도인에게 상상할 수 없다"고 거론했다.
인도 동남부 타밀나두주(州) 의사인 비자야프라사드 고피찬드란은 최근 코로나19 유사 증상을 보인 환자의 경우 다른 3명과 함께 작은 오두막에 거주하고 있었다며 생계를 위해 매일 일하는 그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는 "비현실적"이고 "이질적"이라고 적었다.
WP는 "인도와 주변국에서 확진 사례가 급증하면 이는 보건의료 시스템(역량)을 압도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다만 인도의 젊은 인구구성이나 발달된 제약산업은 코로나19 대응에 유리한 점으로 거론됐다.
WP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남아시아는 몇 개의 이점을 갖고 있다"며 젊은 층 인구가 많다는 점과 복제약품 산업규모가 상당하다는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 신문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독감의 패턴을 따른다면 확진 사례는 기온이 높아지는 5~6월에 적어질 것"이라며 기대섞인 전망도 제시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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