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O 지원 규모 2.2조→6.7조원…"저리자금으로 부도 차단"
이외 회사채 신속인수제 도입 검토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책 중 하나로 채권담보부증권(P-CBO)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점차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는 기업에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자는 취지다.
전 세계 금융시장은 달러 등 최고의 안전자산을 제외한 모든 자산을 현금화하는 추세다. 회사채 등 기업 금융시장 역시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부문의 가장 약한 고리인 중소·중견기업에 인공호흡을 함으로써 이들 기업의 도산을 막고 여타 부문으로 위기 이전을 차단하는 것이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주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 피해 대응을 위한 P-CBO 발행 규모를 6조7천억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지난달 말 코로나19 대책에서 밝혔던 발행 규모 2조2천억원, 추가경정예산안 재원을 활용한 1조7천억원 등을 보태 발행 규모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P-CBO는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힘든 기업의 신규 발행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 증권을 발행해 기업이 직접 금융시장에서 저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중소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를 산업은행이 인수해 주채권은행이나 신용보증기금에 매각하면 신용보증기금이 여기에 신용을 보강해 시장안정 P-CBO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회사채 자체를 차환 발행하기 어렵거나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할 중소기업이 국책금융기관인 신보의 보증을 거침으로써 저금리로 회사채 자금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P-CBO를 통한 회사채 자금 조달은 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장기 자금인 만큼 기업들이 선호한다. 대출 만기가 1년이라면 회사채는 3년이다.
기업 당 한도는 중소기업 200억원, 중견기업 300억원이고 내달 중 1차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더 많은 중소·중견기업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자동차·조선 등 주력업종 위주로 하던 업종 제한을 풀어놓은 상태다.
이런 조치는 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 대유행) 선언 이후 달러 이외 모든 자산을 매각하는 극도의 셀오프(sell-off: 투매) 상황에서 나왔다.
증권·외환시장에서의 공포는 기업금융시장에도 그대로 전달된 상태다.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AA등급의 하나은행, BBB+등급 키움캐피탈, AA-등급 포스파워 등은 잇따라 모집 금액을 채우지 못했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현상이 워낙 강해지다 보니 A급 이상의 회사채마저 외면받는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예 회사채 발행이 줄었다. 3월 1일부터 18일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3조6천55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4조9천428억원)보다 1조2천877억원(35.2%) 줄었다.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포기하는 것이다.
실적 악화로 항공, 소비·유통, 화학·정유 등 주요 업종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올해 들어 줄줄이 하락한 것도 기업금융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금융업계에선 정부가 P-CBO 발행 규모를 6조7천억원까지 늘린 부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존 금융권 예상보다 큰 규모를 예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보는 중소·중견기업의 범위가 예상보다 광범위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혹은 항공·관광·소비 등 업종의 대기업에도 이 자금을 써야 할 것이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안전망을 펼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정부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도입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러 대책 중 하나로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만기 도래 회사채 상환을 위해 기업들이 사모 방식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면 산업은행이 80%를 인수해 기업의 상환 리스크를 줄여 주는 제도를 말한다.
회사채 신속인수제가 도입되면 항공, 관광, 유통 등 코로나19 취약 업종이 집중 지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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