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도 없다" 호소한 이탈리아 의사 사망…영국 장의사 시신처리 곤욕
각국 각자도생 분위기…고급 브랜드도 속속 마스크·세정제 제조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사투하는 유럽에 마스크, 장갑, 방호복과 같은 기초 의료장비 부족이 대란 수준에 이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 각국의 의료, 보건업계에서 장비 지원을 호소하는 절박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영국의 보건 노동자 약 4천명은 의료장비가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하다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이탈리아 의사는 사망 전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이 소속된 병원의 의사들이 장갑도 없이 일한다고 밝혔다.
창궐에 대처할 용품들의 입찰에서도 유럽 각국의 절박한 처지를 엿볼 수 있다.
프랑스 내무부는 손 세정제 150만L를 1천500만 유로(약 200억5천만원)에 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의 초기 발병지인 이탈리아 베네토 주에서는 손세정제 25만천L, 감염시험용 면봉 5만개, 마스크 50만개를 구하고 있다.
룩셈부르크는 방독 마스크 6만1천개를 구하면서 "극도로 긴급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장의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증가와 장비부족으로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랭커셔 당국은 장의사들을 상대로 향후 모든 돌연사의 원인을 코로나19로 일단 상정하고 시신을 다루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그러한 시신의 입과 코도 수건, 쓰레기봉투, 요실금 패드를 적당히 잘라 덮으라는 명령도 내렸다.
시신 수습, 매장, 화장 등에서 전례 없는 난제에 직면한 장의사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장의사인 루이스 윈터는 "마스크와 방호복이 부족한 상황에서 요양원이나 집에 들어가 수건이나 요실금 패드를 쓰라는 말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장의사들은 전염병 사망자를 다룰 때 필요한 시신 운반용 자루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의료장비 부족에 전쟁통이 되자 개별국 차원에서는 연대의식이 고양된 면이 있으나 유럽 전체에는 각자도생 분위기가 퍼졌다.
이탈리아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로부터 지원이 늦어지는 점에 불만을 토로하다가 결국 중국의 지원으로 눈을 돌렸다.
루이지 디 마지오 이탈리아 외무부 장관은 "마스크 1천만개가 필요하다"며 "중국에서 100만개가 도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른 국가들이 우리를 돕고자 한다면 환영"이라며 "이탈리아는 지금 최전선에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적 차원의 위기 속에 기업들이 원래 업종과 관계없는 보호장구나 의료용품 생산에 착수했다는 소식도 계속 들려오고 있다.
프랑스의 다국적 명품업체인 케링 SA는 자사 브랜드인 발렌시아가, 생로랑이 수술용 마스크를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링은 프랑스 보건당국의 허가가 떨어지면 바로 프랑스 병원에 공급할 마스크 제작을 시작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업체의 최대 브랜드인 구치도 이탈리아 보건당국으로부터 마스크 1백만여개 이상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승인을 구하고 있다.
앞서 프랑스의 명품 대기업인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는 크리스티앙 디오르, 지방시 화장품과 향수를 만들던 공장에서 손 세정제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의료장비 생산업체들에는 부하가 걸리고 있다.
네덜란드의 의료기술 기법인 필립스는 코로나19 감염을 진단하고 환자를 치료하는 데 필요한 핵심장비들의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필립스는 병원용 산소호흡기의 생산량을 8주 이내에 2배, 올해 3분기 말까지 4배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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