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총리의 초강력 대책에도 감염자 1천200명 넘어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퍼진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코로나19 대응을 둘러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23일(현지시간) 오전 국내에서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가 1천238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감염자가 전날인 22일 저녁보다 135명 증가했다.
특히 보건부가 지난 16일 오전 총 감염자를 250명으로 발표한 것과 비교하면 불과 1주일 사이에 확진자가 1천명가량 급증했다.
이스라엘 내 코로나19 감염자는 중동에서 이란(2만3천49명) 다음으로 많다.
이스라엘이 코로나19 초기에 다른 국가보다 강력한 대책을 빠르게 내놨던 노력이 무색한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2일 코로나19를 이유로 갑자기 한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해 한국 정부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달 9일에는 해외에서 입국하는 모든 사람에 대해 14일간 자가격리 조치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전 세계 관광객들의 입국을 시실상 차단하는 극단적인 조처로 평가됐다.
또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9일 전 국민에게 식품 및 약품 구매 등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집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이동 제한령을 내렸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른 국가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최근 검사 규모를 대폭 확대한 영향이 커 보인다.
이스라엘에서는 하루 코로나19 검사 건수가 그동안 수백건에 그쳤다가 약 1주일 전부터 2천여건으로 늘었다.
23일 오전 이스라엘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코로나19 검사가 5천건 넘게 진행됐다.
또 전문가를 무시한 네타냐후 정부의 정책이 감염자 증가를 부추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라엘의 진보 성향 언론 하레츠는 23일 네타냐후 총리가 코로나19 대책을 결정하면서 전문가들과 보건부 내 전염병 태스크포스(TF)의 견해를 무시해왔다고 보건 소식통을 인용해 비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모셰 바 시몬-토브 보건부 국장 등 코로나19 정책팀의 핵심 인사들은 전염병 대응에서 훈련이나 경력이 전무하다.
반면 이스라엘 보건부에서 최고 전염병 전문가로 꼽히는 이타마르 그로토는 네타냐후 총리의 코로나19 정책 결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로토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이스라엘 국민의 생활을 강력히 통제하는 조처에 의구심을 갖고 있고 다른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보건부 소식통들이 전했다.
실제로 최근 이스라엘의 코로나19 대응에서 혼란스러운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스라엘 언론은 지난 19일 이스라엘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가 지난밤 코로나19의 진단키트 10만개를 외국에서 이스라엘로 들여왔다고 보도했다.
그로토는 이 기사와 관련한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그들(모사드)이 가져온 것은 우리가 정확히 부족한 것이 아니다"며 이스라엘은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면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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