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키우는 줄기세포, 신경과 떨어지면 힘 못 쓴다"

입력 2020-03-24 14:37  

"암 키우는 줄기세포, 신경과 떨어지면 힘 못 쓴다"
암 진행 및 조직 재생 과정의 신경-줄기세포 상호작용 확인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진, 저널 '셀'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우리 몸의 줄기세포는 다양한 조직을 새로 만들어 정상적인 신체 기능 유지에 꼭 필요하다.
그런데 줄기세포가 좋은 일만 하는 건 아니다. 줄기세포는 암의 진행과 전이에도 관여한다.
줄기세포의 생리 작용과 재생 과정은 기본적으로 신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줄기세포와 신경세포(뉴런) 간의 상호작용이 암과 재생 조직에서 어떻게 서로 다른지는 거의 밝혀진 게 없다.
스위스 취리히대 과학자들이, 암의 진행과 조직의 재생 과정에서 줄기세포가 어떻게 신경의 성장을 촉진하는지 밝혀냈다.
이 발견은 신경세포와 암 줄기세포 사이의 신호를 조작하는 새로운 암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어 주목된다.
취리히대 구강 생물학 연구소의 티미오스 미치아디스 교수팀은 관련 논문을 저널 '셀(Cell)'에 발표하고, 별도의 논문 개요를 23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먼저 신경세포가 각각 치수(dental pulp) 줄기세포, 골수(bone marrow) 줄기세포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비교했다. 이들 줄기세포는 뼈, 연골, 지방세포 등 다양한 유형의 세포로 분화한다.
이 실험엔 인간 장기와 조직의 기본 기능을 모방해 재현하는 '칩 속의 기관(organ-on-a-chip)'이라는 첨단 기술이 동원됐다.
결과는 두 줄기세포 모두 신경의 성장(neuronal growth)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치수 줄기세포의 촉진 작용이 골수 줄기세포보다 훨씬 더 강했다.
치수 줄기세포는 더 길고 가는 세포신경를 유도했고, 더 촘촘한 신경망을 형성했으며, 신경세포와 더 밀접하게 접촉했다.
미치아디스 교수는 "구강 줄기세포는 뉴런의 성장과 유인에 필수적인 물질을 생성해 풍성한 신경 분포를 유도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치수의 구강 줄기세포가 안면 신경과 기능적 연결을 형성해, 신경이 잘 퍼지고 제대로 기능하는 조직의 재생을 선택한다는 걸 시사한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연구팀은 또한 구강암의 일종인 '법랑질 아세포종(ameloblastoma)'이 줄기세포의 특성을 보이고, 안면 신경과도 촘촘히 연결돼 있다는 걸 확인했다.
이 암세포를 떼어내 '칩 속의 기관' 기기에 넣어도 줄기세포 특성을 유지하면서 신경을 끌어들여 접촉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피에르프란세스코 파헤야 박사는 "암 줄기세포가 생존을 유지하면서 제 기능을 하려면 신경이 꼭 필요한 것 같다"라면서 "이번 연구 결과가 효과적인 암 치료법 개발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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