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안펀드, 규모 확대·CP 매입에 '투자심리 개선' 기대
증안펀드, 지수 방어 한계…"코로나19 본질 문제 해결 안돼"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주식·채권·단기자금시장 등에 48조원을 쏟아붓기로 함에 따라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채권시장안정펀드(이하 채안펀드)의 경우 조성 규모가 20조원으로 예상보다 큰 데다 기업어음(CP)도 매입하기로 해 채권시장과 단기자금 시장의 투자심리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가 나온다.
증권시장안정펀드(이하 증안펀드)도 10조7천억원 규모로 조성되고 세제 지원 방안도 검토돼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외국인의 매도세가 지속하면 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이번 사태의 본질이 코로나19라는 보건 문제여서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좌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24일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채안펀드, 증안펀드, 단기자금 시장 등에 48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채안펀드의 경우 20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금융위는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지원하는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재원을 조성해 다음 달 초 채권 매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당장 이날 오후 캐피털 콜로 3조원 규모의 자금이 조성된다.
매입 대상은 회사채와 우량기업 기업어음(CP), 금융채 등이다.
채안펀드 규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조성된 10조원의 2배다.
금융위가 이처럼 대규모 채안펀드 조성을 추진한 것은 그만큼 기업들의 자금조달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이날까지 회사채 발행 금액은 3조9천8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조7천82억원)보다 30.1%(1조7천213억원) 줄었다.
국고채와 회사채 간의 금리 차인 스프레드는 이달 23일 현재 0.86%로 2012년 2월 3일(0.86%) 이후 8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번 채안펀드 조성으로 기업들의 자금난 우려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윤원태 SK증권[001510] 연구원은 "채안펀드 규모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투자심리는 확실히 개선될 것으로 보며 시장 안정 측면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채안펀드를 통해 CP도 매입하기로 해 단기자금 시장의 신용경색 우려를 다소 줄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003530] 연구원은 "펀드 편입 대상에 일반 CP가 포함될 경우 최근 CP 금리 급등에 따른 단기자금시장 불안도 다소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난 23일 CP 91일물 금리는 전날보다 9.0bp(1bp=0.01%포인트) 오른 연 1.55%를 보였는데, 이는 지난 17일(연 1.36%)보다도 19.0bp나 급등한 것이다.
CP 금리가 급등하면 단기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어 유동성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더 많은 이자를 내고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현금이 급해진 증권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CP 등 단기 채권을 시장에 내놓을 경우 채권 금리가 급등하는 것도 불안 요인으로 거론됐는데 이번에 증권사에 5조원 규모의 유동성이 지원되는 방안이 함께 나온 것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위는 증권금융 대출을 통해 증권사에 2조5천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고 한국은행도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증권사에 2조5천억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10조7천억원 규모로 조성되는 증안펀드가 지수 안정판 역할을 할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증안펀드는 5대 금융지주와 한국거래소 등이 10조7천억원을 공동 출자해 자금을 마련한 뒤 다음 달 초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등 증권 유관기관 투자분 약 7천억원은 조기 집행된다.
펀드 자금은 삼성전자[005930] 등 개별 종목보다는 코스피200 등 대표 지수상품에 투자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금융회사들이 참여하는 증안펀드 조성은 없었다. 당시에는 증권 유관기관들이 5천억원 규모로 증시안정기금을 조성해 증시에 투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자금은 20배 정도로 커진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투자전략부장은 "증안펀드의 경우 투자 손실 위험 경감을 위해 세제 지원 방안까지 검토가 들어가게 돼 적극적인 운용은 가능할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주가 폭락 사태를 촉발한 외국인의 매도세가 지속하는 한 지수 방어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의 보유 주식 시가총액은 이제 약 400조원 수준이다.
이달 들어 23일까지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10조8천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번 주가 폭락 사태의 배경엔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가 깔려있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세 둔화 같은 변곡점이 발생하지 않는 한 증시 변동성은 언제든지 확대될 수 있다.
더구나 앞으로 점차 나타날 상장기업들의 실적과 거시경제 부진이라는 '충격'은 증안펀드를 통한 유동성 공급으로도 어쩔 수 없는 시장의 근본적인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안펀드만 두고 보면 시장수급 안정화 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라며 "시장의 낙폭을 줄여줄 수는 있지만 이 자체로 장의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센터장은 "코로나19라는 본질적인 문제가 있고 시장이 두려워하는 것도 이런 부분이 경제나 금융 시스템 위기로 번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ak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