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불편한 관계 해소하고 코로나19 피해 금융지원도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우여곡절 끝에 공식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우리금융은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손 회장은 금융지주로 다시 출범한 우리금융 최고경영자(CEO)로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2기 체제에 들어간 손 회장 앞에는 풀기 어려운 숙제가 적지 않다.
우선 자신에게 중징계를 내린 금융당국과 원만한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현재 양측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불완전 판매의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를 내리자 손 회장은 중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금감원 중징계 처분을 받은 사람은 금융권 취업을 할 수 없게 돼 손 회장으로선 이번 주총에서 연임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덕분에 금감원의 중징계 효력이 정지됨에 따라 손 회장이 이번에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에 금감원은 서을고등법원에 즉시항고장을 내기로 결정, 양측이 공방을 이어가는 형국이다.
서울고법에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소급 적용 여부를 두고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즉, 소급 적용이 된다면 중징계 결정이 우리금융 주총 당시에도 유효한 것으로 간주돼 주총에서의 손 회장 연임 결정이 무효가 될 수도 있어서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의 인용결정문을 보면 서울고법이 달리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서울행정법원은 손 회장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되고, 손 회장의 중징계 사유가 되는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이라는 사실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적 소송과는 별개로 손 회장이 금융당국과 계속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는 상황은 금융회사를 경영하는 데 커다란 부담이다. 인허가 문제에서 금융당국이 '키'를 쥐고 있어서다.
중징계 결정의 계기가 된 DLF 사태를 뒷수습하는 것도 손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우리은행은 금융당국의 배상 결정에 따라 DLF 손실 고객들에게 배상해주고 있으나 DLF 관련 비판 여론은 아직도 비등하다.
게다가 이른바 '라임 펀드'의 불완전 판매 혐의까지 덧씌워져 우리은행의 영업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손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워진 실물 경제를 지원하면서도 우리금융 그룹을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지휘하는, 쉽지 않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 금융그룹으로서 명실상부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기 위해서 대규모 인수·합병(M&A)도 추진해야 한다. 우리금융은 다른 금융그룹과 달리 여전히 은행 비중이 크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금감원의 항고 결정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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