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전화 조사로 가능성 제기…전문가들 "코로나19 특징이란 증거 부족"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15%가 후각이나 미각을 잃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이런 증상이 코로나19의 특징인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25일 후각이나 미각이 둔해지는 증상은 감기와 같은 호흡기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는 특징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에 걸려 후각·미각에 손상됐다고 보기엔 아직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코로나19에 대해 밝혀진 부분이 적은 만큼 진단이나 치료할 때 관련 증상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고 봤다.
진범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는 "상기도 감염 이후에 냄새를 못 맡는 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종종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라며 "(냄새를 못 맡는 증상은) 감기 바이러스에서도 흔하고, 코로나19도 유발할 수 있는 증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한 의사들도 (관련 증상 환자를) 종종 경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치료에 결정적 요소는 아니기 때문에 (후각·미각 증상을) 부각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염호기 인제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역시 "냄새를 잘 못 맡거나 입맛이 떨어지는 건 컨디션이 나쁠 때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감기와 같은 호흡기질환에 걸린 초기 환자들도 자주 겪는 증상이어서, 코로나19가 이런 증상을 일으키는지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후각·미각 소실을 일으키는 특징이 있다는 점을 확인하려면 관련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단 연구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해당 증상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대구시의사회는 대구지역 확진자 3천191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한 결과 488명(15.3%)이 후각이나 미각을 잃었다고 밝혔다. 응답자 중 386명(12.1%)이 후각을, 353명(11.1%)이 미각을, 251명(7.9%)이 후각과 미각을 소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용기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병이 없는 일반인의 경우에도 후각 소실이 있을 확률이 4∼20%가 된다는 연구가 있다"며 "후각은 감기에만 걸려도 크게 저하되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진자의 증상만 놓고 코로나19가 유독 후각을 저하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냄새를 못 맡는다고 답한 확진자의 수가 의미 있게 많은지, 확진 전에는 관련 증상이 없었는지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다만 객관적인 의학적 증거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검사나 치료를 할 때 관련 증상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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