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트럼프 사업체는 지원 불가"…감독위원회가 기업 대출 검토
하원 27일 투표 후 트럼프 대통령 서명으로 즉각 발효 전망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안용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의회 지도부가 합의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경기부양 법안에는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지원책이 담겼다.
26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5일간의 협상을 거쳐 상원을 통과한 패키지 법안은 2조2천억 달러(약 2천700조원) 규모로,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기업과 근로자, 가계와 지방 정부를 전방위로 돕는 방안이다.
연방정부의 지난해 총지출이 4조4천500억 달러이고, 국방 분야 지출이 6천760억 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이번 부양책의 규모를 체감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AP 통신은 이번 부양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두 차례에 걸쳐 통과된 경기 부양 액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보도했다.
◇ 1인당 1천200 달러…개인에 직접지원금 '투하'
국민에게 직접 지급되는 돈은 연간 총소득 7만5천 달러 이하 개인의 경우 1인당 1천200 달러로, 수표로 한 차례 받는다. 부부는 2천400달러를 받고, 자녀 한 명당 500달러가 추가된다. 지급액은 소득이 높아질수록 줄어 독신자는 연소득 9만9천달러, 자녀가 없는 부부는 합산 연소득 19만8천달러까지가 수혜 대상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 4개월 동안 현재 주당 300달러 수준인 실업수당에 600달러를 추가로 주는 방안도 포함됐다.
실업수당은 실업자뿐만 아니라 바이러스에 감염됐거나 격리된 경우에도 지급된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추가 실업수당 지급으로 최저임금보다 높아져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반대가 나오기도 했다.
소득 보전과 실업 수당에는 각각 2천900억 달러와 2천600억 달러가 책정됐다.
◇ 항공업계 등 대기업 지원…50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제로 금리 대출
업종별로 항공업계에 250억 달러, 국가 안보 관련 기업 170억 달러가 들어간다. 특히 국가 안보 분야에서는 항공우주 산업 명목으로 보잉사가 포함됐다.
이밖에 다른 사업 분야와 시·주정부 지원을 위해서는 4천250억 달러가 책정됐다.
정부 구제 자금을 지원받을 경우 한시적으로 임원진의 연봉이 동결되고, 자사주 매입 역시 금지된다.
또 정부가 임의로 특정 기업을 지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독립된 감찰관과 의회가 지정한 인사들로 꾸려진 감독위원회가 기업 대출을 검토한다.
특히 민주당은 기업 유동성 프로그램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정부 각료, 의회 의원이 소유한 사업체가 대출이나 투자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이는 자녀와 배우자, 인척에게도 적용된다.
트럼프 일가의 사업체는 두 아들이 운영하며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를 포함한 여러 호텔과 리조트, 골프 클럽 등이 있다.
이와 같은 대기업 지원에 소요되는 총예산은 5천40억 달러다.
중소기업의 경우 직원을 해고하지 않는 등의 조건을 지키면 이자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중소기업청의 보증으로 중소기업은 1천만 달러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 대출금은 직원 월급, 월세, 유급휴가비, 공과금 등 직원 보호를 위해 사용할 경우 보조금으로 전환된다.
이번 부양책에는 자금 유동성을 늘리기 위해 기업의 이자 공제 상한이 기존 30%에서 50%로 늘어나는 방안도 포함했다. 또 기업이 부담하는 급여세(payroll tax)도 오는 2022년까지 분할 지급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중소기업 지원과 각종 세제 혜택에는 3천770억 달러와 2천800억 달러가 들어간다.
◇ 병원 지원 등 보건 분야 투입…주 정부도 지원
검진 및 환자의 폭증에 따라 병원에만 최소 1천억 달러를 투입, 의료진의 보호장구와 검진 장비 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지역 보건 센터에 자금을 지원하고, 저소득층 의료비, 원격 진료,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도 긴급 수혈할 방침이다.
연방정부는 또 지원금 요청 증가와 세수 저하에 타격을 입은 주 정부에 1천500억 달러를 지원한다. 각 주 정부는 최소 15억 달러를 받게 된다.
보건 분야에는 1천800억 달러가, 주 정부에는 1천750억 달러가 각각 투입된다.
◇ 27일 하원 표결 후 트럼프 대통령 서명 거치면 즉각 발효
합의안이 하원을 거쳐 의회 문턱을 최종 통과하면 대통령에게 넘어간다.
트럼프 대통령과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입법안이 넘어오는 대로 서명할 것이라고 공개 선언한 상태다.
양당이 합의한 만큼 법안은 신속히 처리될 전망이지만 하원에서는 절차를 마치는 데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표결 대신 만장일치 동의(unanimous consent)로 상정하는 방안을 희망한다고 전날 밝힌 바 있다.
다만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의원 등 대기업 지원에 부정적인 일부 의원이 있어 이 방안이 실현 가능할지는 불확실하다고 WP가 전했다.
이 경우 출석 의원에게 찬성과 반대를 물어 다수가 어느 쪽인지 파악해 통과 여부를 결정하는 '구두 투표'(voice vote)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의원이 기록을 남기는 '호명 투표'(roll call vote)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는 의원 이름이 호명되면 해당 법안에 찬반을 밝히는 것이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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