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서 군부 쿠데타 44주년 맞아 집에서 흰 수건 시위
브라질선 대통령 퇴진 냄비 시위…우루과이는 '일제 소등' 계획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지난해 도미노처럼 번진 대규모 시위로 북적였던 중남미 곳곳의 거리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텅 비어가고 있다.
그러나 집밖에 나갈 수 없다고 해서 시위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집 창문과 발코니에는 하얀 수건들이 내걸렸다.
EPA·로이터 등 외신 사진들 속 손수건에는 '진실'과 '정의', '3만'과 같은 메시지가 적혔다.
44년 전인 1976년 아르헨티나에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날을 기억하기 위한 '진실과 정의 기억의 날'을 맞아 각자 집에서 참여한 손수건 시위였다.
군부정권이 벌인 이른바 '더러운 전쟁'으로 반체제 인사 등 3만여 명의 아르헨티나인들이 죽거나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은 기저귀를 상징하는 흰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매주 대통령궁 앞 오월광장에서 시위를 벌였다.
해마다 3월 24일엔 이들과 함께 군사정권 희생자들을 기리고 정의 실현을 요구하기 위해 대규모 흰 수건 시위가 펼쳐졌다.
올해엔 코로나19 확산으로 아르헨티나 전 국민 격리령이 내려져 광장에 모일 수 없게 되자 각자 집에서 시위를 벌이기로 한 것이다.
'5월 광장의 어머니회'는 시위를 앞두고 "3월 24일 집에서 만나자. 어디에 있든 투쟁은 멈추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소셜미디어에 흰 수건 사진을 올리며 '온라인 시위'에 동참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브라질에서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안일한 코로나19 대처 방식에 항의하며 퇴진을 요구하는 냄비 시위가 여러 날째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거리에 모여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각자 집에서 창문을 열고 냄비 등 주방 기구를 두드리며 항의의 뜻을 표했다.
냄비 시위는 중남미 각국의 반정부 시위에서 자주 쓰이는 방식인데,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거리 시위에 동참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동조의 표시로 창가나 발코니에서 냄비를 두드리기도 했다.
남미 우루과이에서도 25일 저녁 정부에 코로나19로 인한 취약계층 보호 대책 등을 요구하는 냄비 시위가 예고됐다고 EFE통신은 전했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은 오후 9시 일제히 집의 불을 끄는 방식으로도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전통적인' 시위를 이어가는 곳도 있다.
중미 온두라스에선 지난 24일 정부의 통행금지령으로 생계가 막막해진 운수업 노동자 등이 식량 등 생존 대책을 요구하며 도로를 막고 시위를 벌였다고 엘에랄도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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