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50만명 육박…'새 진원' 미국·유럽 병원·장례시설 부족 아우성
인류 40% 발묶여 '대공황' 공포…미국, 연간예산 절반 슈퍼부양책
수감시설 집단발병·폭동 우려에 각국서 대규모 석방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권혜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고삐 풀린 확산세에 보건·경제 충격이 연일 지구촌을 강타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이 집계한 26일 오후 현재 코로나19 발병 현황에 따르면 전 세계 확진자는 47만1천783명, 사망자는 2만1천306명에 이르렀다.
점점 가팔라지는 글로벌 확산세 속에 확진자의 수는 곧 5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코로나19의 전염을 막고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총력전에 들어갔다.
각국 정부는 한편에서 확산을 저지하는 봉쇄와 격리 조처를 강화하고 다른 한편에서 경제 충격을 완화하려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새로운 진원' 미국·이탈리아 곧 발원지 중국 추월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확진자의 수는 중국 8만1천727명, 이탈리아 7만4천386명, 미국 6만9천171명, 스페인 4만9천515명, 독일 3만7천323명, 이란 2만7천17명, 프랑스 2만5천600명 등이다.
전 세계 사망자 2만1천306명 가운데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사망자는 각각 7천503명, 3천647명으로 중국(3천291명)을 넘어섰다.
미국도 사망자가 1천50명으로 이란(2천77명), 프랑스(1천333명)에 이어 '네자릿수 사망국' 대열에 결국 합류했다.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의 수가 2만명을 넘어선 것은 중국이 작년 말 국제사회에 원인불명 폐렴을 보고한 지 86일 만이다.
세계 주요 도시 곳곳에서는 의료시설 부족에 전쟁통 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미국 내의 진원인 뉴욕시는 환자 증가에 따른 병상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맨해튼의 컨벤션 센터에 임시 병상을 구축하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컨벤션센터를 병동으로 전용할 뿐만 아니라 아이스링크를 영안실로 바꿔 장례식을 앞둔 시신을 안치했다.
확진자의 기하급수적 증가세를 고려할 때 확산 속도가 언제쯤 둔화될지는 미지수다.
무차별 확산 속에 감염병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집단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했다. 영국의 왕위계승 서열 1위인 찰스 왕세자, 카르멘 칼보 스페인 부총리 등이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중국과 한국 등 유행이 진정 국면에 접어든 아시아 국가들은 새 진원으로 확인된 미국, 유럽으로부터 '역유입 차단전(戰)'에 나섰다.
◇각국 이동제한 강화에 인류 5명 중 2명 발 묶여
세계 각국은 코로나19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국민의 이동과 국경을 통제하는 격리와 봉쇄 고삐를 더욱 조이는 모습이다.
AFP통신이 이날 세계 각국 정부의 통제정책을 집계한 결과 전 세계에서 이동이 제한된 인구는 70개국 30억명 이상이다.
이는 전체 인구 78억명의 40% 정도가 전염병 창궐 때문에 발이 묶이는 역사상 드문 현상이 벌어졌다.
특히 인구가 13억명에 이르는 인도는 이날부터 21일 동안 '전국 봉쇄령'을 내리고 강력한 집행에 들어갔다.
이런 초강력 봉쇄는 코로나19 '발원지' 중국 우한에서 강행된 데 이어 수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미국, 유럽에서도 잇따라 도입됐다.
공식 통계에서 사망자가 이날 처음으로 발생한 러시아도 이동제한 조치를 꺼내들 것으로 관측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미 다음 주를 공휴일로 정하고 자신의 집권연장안이 담긴 헌법개정 국민투표도 연기했다.
군중 밀집이 창궐을 부추긴다는 우려에 따라 일부 국가들은 교정기관에서 수형자들을 석방하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는 수용 한도를 초과한 열악한 교도소에 있는 기결수를 최대 6천명까지 풀어주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수단 정부도 열악한 교정시설 때문에 대규모 감염사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4천217명을 이날 전격 석방했다.
앞서 이란에서도 매년 새해 연휴에 귀휴 형태로 일시 석방하는 모범수들의 수를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늘린 바 있다.
발칸 소국 코소보에서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비상사태를 둘러싼 견해차로 정쟁이 빚어져 연립정부가 와해됐다. 알빈 크루티 총리가 이끄는 자결당(VV)은 연정 파트너인 코로소민주동맹과 야당이 불신임안을 가결해 집권당 지위를 잃었다.
◇봉쇄·격리 속 대공황 우려까지…미국 '슈퍼부양책' 가결
주요 국가의 경제활동이 마비 수준에 이르며 '대공황'까지 거론하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미국,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경제권이 코로나19 때문에 주춤거리면서 올해 세계 경제가 역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세계 경제활동의 60%를 차지하는 신흥국들은 외국인 자본의 탈출, 환율변동, 산업위축, 물가상승 때문에 전방위적 고초를 겪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몇주 만에 경제활동이 최근처럼 급격히 떨어진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을 주목하며 코로나19를 완전히 억제하지 못하면 대공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자국 역사상 최대인 2조2천억 달러(약 2천7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법안에 대한 의회 가결을 마치고 곧 집행에 들어간다.
한 해 예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이 슈퍼부양책에는 중소기업 대출, 저소득층 현금 지원, 실업수당 확대 등이 포함돼있다.
프랑스, 독일, 덴마크, 독일 등 유럽국들에서는 고용유지를 위한 근로자 임금을 기업에 지원하는 방식의 충격완화책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유엔은 전 세계 최빈국과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20억 달러(약 2조4천억원) 규모의 '인도주의 대응 계획'을 발동해 코로나19에 대처할 역량이 거의 없는 국가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세계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은 빈국들이 코로나19에 대처하도록 각국 정부가 이들의 채무를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는 "모두 마찬가지이지만 최빈국과 가장 취약한 국가들이 특히 어렵다"고 지원의사를 밝혔다.
IMF도 중동과 중앙아시아 10여개국이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한 구제금융을 요청해와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힌 바 있다.
jangje@yna.co.kr,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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