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성 자기꼬리 끝 플라스마 버블 '플라즈모이드'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태양계 끝자락에 있는 일곱 번째 행성인 천왕성에 가까이 다가간 인류 탐사선은 '보이저2호'가 유일하다.
지난 1986년 1월 24일 천왕성에 8만1천433㎞까지 다가간 보이저2호는 행성을 둘러싸고 있는 두 개의 고리와 11개의 위성(달), 영하 353도의 혹독한 추위 등을 밝혀냈다. 이후 30년 넘게 흘렀지만 당시 관측 자료에서 새로운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와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에 따르면 우주물리학자 지나 디브라치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보이저2호가 천왕성에 근접할 때 플라스마와 자기장이 결합한 '플라즈모이드'(plasmoid)를 뚫고 비행했다는 연구결과를 '지구물리학 연구 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했다.
플라즈모이드는 행성의 자기 꼬리 끝부분에서 떨어져 나온 거대한 플라스마 버블로 행성이 질량을 잃는 주요 경로로 인식되고 있다.
천왕성의 플라즈모이드는 이번에 처음 밝혀진 것으로, 이를 통해 대기가 우주로 빠져나갔을 것으로 연구팀은 밝혔다.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 행성의 대기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우주로 새어나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수성 대기에서 빠져나온 수소는 태양이 쏟아내는 고에너지 입자인 태양풍에 합류하고,목성과 토성도 전기를 띤 대기 입자를 방출하고 있다. 지구도 극소량이기는 해도 대기가 우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화성의 예에서 행성의 대기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한때 강이 흐르고 생명체가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화성은 대기가 40억년 걸쳐 서서히 사라지면서 현재와 같은 황량한 행성이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대기는 행성의 자기장과 깊은 관련이 있다. 자기장이 태양풍이 날아와 대기를 파괴하는 것을 막기도 하지만 정반대로 자기력선이 얽히면서 대기가 우주로 빠져나가는 것을 촉진하기도 한다.
<YNAPHOTO path='AKR20200326161200009_02_i.gif' id='AKR20200326161200009_0501' title='천왕성의 독특한 자전과 자기장' caption='[NASA/Scientific Visualization Studio/Tom Bridgman/ 재판매 및 DB 금지]'/>
천왕성은 특히 태양계 다른 행성과는 구분되는 독특한 자기장을 갖고있다. 행성의 자전축이 거의 황도면에 누워있어 통돼지 바비큐처럼 17시간 주기로 아래위로 돌고 자기장 축은 자전축에서 60도가량 기울어져 있어 자기권이 잘못 던진 럭비공처럼 흔들린다고 한다.
연구팀은 천왕성의 이런 자기장 미스터리를 풀기위해 보이저2호가 근접비행하면서 자력계로 측정한 자료를 다시 꺼내 평균 8분 단위로 된 자력계 자료를 1.92초 단위로 세분해 분석했으며, 이를 통해 플라즈모이드를 확인했다.
플라즈모이드는 지구와 다른 행성에서는 관측됐지만 천왕성에서는 확인되지 않았었다.
연구팀이 확인한 플라즈모이드는 보이저2호의 45시간에 걸친 근접비행 중 60초에 불과해 자력계 자료에서는 신호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3차원으로 구성하면 길이가 적어도 20만4천㎞에 달하고 폭은 약 40만㎞의 실린더 형태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보이저2호가 통과한 플라즈모이드 내부에서 측정한 자료는 회전하는 행성이 대기를 우주로 내보낼 때 전형적으로 형성하는 형태를 보였으며, 천왕성 대기 손실의 15~55%가 플라즈모이드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이는 목성이나 토성보다 비중이 높은 것으로, 천왕성 대기가 우주로 빠져나간 주요 경로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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