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일 끊긴 자카르타 주민들 귀향에 지방 도시 비상
조코위 대통령, 모친 장례식 치른 뒤 G20 화상회의 참석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이 줄면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대기오염이 개선되고, 말레이시아의 범죄율은 7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분석 데이터 업체 '에어비주얼'(AirVisual)에 따르면 자카르타의 대기오염도지수(US AQI)는 오전 8시(현지시간) 기준으로 122를 기록, 전 세계 97개 도시 가운데 22번째로 나쁘다.
US AQI는 ▲ 좋음(0∼50) ▲ 보통(51∼100) ▲ 민감한 사람한테 건강에 해로움(101∼150) ▲ 건강에 해로움(151∼200) ▲ 매우 건강에 해로움(201∼300) ▲ 위험(301∼500) 등 6단계로 나뉜다.
122라는 지수도 좋은 것은 아니지만, 자카르타의 대기오염이 워낙 악명 높기에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개선된 수치다.
건기(6∼9월)에는 자카르타의 대기오염도 지수가 200을 넘나들며 세계 최악을 기록할 때도 있다.
참다못한 자카르타 시민들이 대통령과 자카르타 주지사 등을 상대로 대정부 소송도 냈다.
자카르타 환경청은 최근 일주일간 '비상사태' 선포로 통근자 수가 크게 줄고, 강우량도 늘면서 대기질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자카르타의 초미세먼지(PM 2.5) 수치는 19일 60㎍/㎥에서 26일 40㎍/㎥로, 33% 감소했다고 자카르타포스트가 보도했다.
인과관계가 직접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대도시·산업 지역 대기질 개선은 광범위한 외출 자제령의 효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코로나19 '발원지' 우한 등 중국 중부∼동부 지방 산업 지역의 대기질 개선도 두드러지는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 일대 일산화질소 농도가 평소보다 10∼30%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18일부터 이동제한 명령(MCO)이 내려진 말레이시아의 범죄율은 70% 이상 감소했다.
생필품 구매와 병원 방문 등을 제외하고는 집 밖에 못 나오게 하고, 경찰관 4만6천명과 무장 군인까지 합세해 도로 곳곳을 지키고 있어 범죄가 줄 수밖에 없다.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은 "나머지 30%는 주로 오토바이 절도와 강도 사건"이라며 "이동제한 명령 위반자 체포도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제한령이 내려진 다른 국가 상황도 비슷하다. 이탈리아는 이달 1∼22일 범죄 건수가 5만2천여건으로 작년 동기간 대비 6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혼탁했던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가 관광객이 사라진 뒤 맑아진 현상은 '코로나19의 역설'을 나타내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한편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사흘 연속 100명 이상 증가해 총 893명이고, 사망자는 78명이다.
자카르타 주정부의 비상사태 선포로 펍·노래방·스파·영화관 등이 문을 닫고, 대형 몰 등 임시 휴업하는 영업장이 늘면서 일자리를 잃은 자카르타 거주민의 귀향이 늘자 지방 도시에 비상이 걸렸다.
중부자바 주지사는 "자카르타에서 귀향자들을 태운 44대의 버스가 즈파라(Jepara)에 도착하는 등 각 시·군에 귀향자들이 유입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코로나19가 확산하지 않도록 제발 자카르타에 그대로 머물러 달라"고 호소했다.
서부자바 주지사 역시 "자카르타에서 일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코로나19 감시 대상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자카르타의 확진자는 459명, 사망자는 48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봉쇄령'을 내릴 생각이 없다고 거듭해서 밝혔으나, 라마단 종료 후 최대 명절인 '르바란'(이드 알 피트르) 때 고향 방문(무딕)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조코위 대통령은 전날 모친 장례식을 치른 뒤 오후 7시에 화상회의 형태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G20 정상들은 코로나19 사태에 연합된 태세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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